사람들은 보통 자신과의 이해관계가 직결되거나 직접 체험하거나 최소한 제눈으로 보지 않은 일에 대하여는 냉담하거나 아예 무관심하여 한번쯤 생각조차도하려하지 않는다.
최근의 조류독감 문제가 그러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그렇게 떠들어도, 집에서 불과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우리 이웃의 양계농장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하여 그 난리가 났어도 나만 닭고기 안먹으면 되지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내 일이 아니니까...
그런데 10일 양산의 시민단체인 '양산사랑참여시민모임(양동이)'의 닭먹기 모임에 참석하고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나는 처음 나간 자리이기도 하고 조류독감에 대해 생각해 본 일이 없어 가만히 듣기만 했는데 그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기억나는 대로 쓰면 다음과 같다.
조류독감에 걸린 닭이나 오리들은 모두 살처분 함으로 시중에 나오는 닭은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설사 조류독감에 걸린 닭이라 할지라도 익혀 먹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 음식점의 경우 평소 8~90만원 정도의 매출이 조류독감 발생 이후로 1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심지어 전날의 매출은 30,000원 정도였다.
요 몇 년 사이 퇴직자들의 약 반수 정도가 손쉽다고 치킨 집 등을 개업하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퇴직금 다 날리고 자살하는 사람도 나왔다.
조류 살처분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공무원의 가슴 아픈 이야기도 있었고 어떤 학생은 살처분하는 현장에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닭고기 먹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한 교사는 학생들에게 닭고기 먹기를 적극 권장하겠다고 하였고, 평소에 닭고기는 먹지 않지만 오늘 모임의 뜻에 적극 동참하여 나오신 분도 있었다.
모두 좋은 이야기들이었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생각을 다시하게 된 것은 참석한 분들의 면면들이었다. 지역 언론관련 종사자, 공무원, 학교 교사, 자영업자, 회사원으로 보이는 젊은 사람들, 자녀와 같이 나온 주부 등등 구태여 면면이라고도 할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이런 분들이 자기와 무슨 이해관계가 있다고 닭고기를 먹자고 아니 팔아주자고 하루 저녁 일부러 시간을 내어 나온 것일까. 이 분들이 하루 저녁 닭고기를 먹는다고 해서 당장 눈에 뜨이게 바뀌는 것은 없다.
그러나 이웃의 어려움에 심정적으로나마 동참하여 어려움을 나누고자하는 그 마음들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런 조그만 마음들이 모이고 모여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사회를 지탱케하고 사람들을 서서히 변화시키는 흐름이 되지 않을까. 우선 나 자신이 어제의 모임에서 생각이 많이 바뀐 것을 느낀다.
사실은 일부러 초대해주신 분의 면을 보아 마지못해 참석한 감도 없지 않았는데 뜻밖에도 오랜만에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푸근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2004. 2. 11. 전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