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저녁, 시내 한 닭고기 업소가 모처럼 많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는 갑자기 닭고기에 대한 시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한 시민운동 단체가 벌인 닭고기 먹기 캠페인에 동참한 사람들이 자리를 같이했기 때문이었다.
본보에서도 이미 사설과 관련기사를 통해 닭ㆍ오리고기 소비촉진을 독려한바 있고 양산시에서도 지난 2일자 시보에 관련 기사와 함께 신희범 시장권한대행의 특별 당부를 실었었다.
그랬음에도 시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그 캠페인 행사장에서도 밝혀진 바이지만 평소 하루 매상이 80만원에서 100만원에 이르던 이들 업소의 최근 하루 매상은 고작 몇 만원 정도라니 그들이 처한 어려움이 어떠한지는 충분히 짐작이 된다. 닭ㆍ오리고기의 소비처인 업소의 사정이 이러하다면, 이들 고기의 공급처인 닭ㆍ오리농가의 사정 역시 어떠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얼마 전 강원도 원주시의 한 통닭집 30대 주인이 닭고기 소비가 크게 준 탓에 밀린 카드빚을 갚을 길이 없어 고민하다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슬픈 소식이 전해졌었다. 우리 양산에도 그만큼의 절박한 사정에 처해 있는 이웃들이 없을까?
이제는 입으로나 글로 떠들고만 있을 일이 아니다. 10일 저녁의 그 시민모임처럼 누군가가 선뜻 나서서 행동으로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 절실하다.
지금 내가 직접 겪고 있는 일이 아니라고 강 건너 불 보듯 해서는 어찌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내게도 언젠가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을 수 있다.
내가 이웃을 위해 베푸는 작은 선행이 나중에 나에게로 되돌아 올런지도 모를 일 아닌가.
이웃의 아픔이 곧 나의 아픔일 수 있는 사회라야 진정 건강한 사회인 것이다.
행정기관의 크고 작은 회식모임에서 직장 동료들의 모임, 각종 계모임 등을 당분간 닭ㆍ오리고기집에서 가져 보았으면 한다.
그날 모임에서 주최 측은 우리 몇 사람이 닭고기를 팔아준다고 당장 무슨 그리 큰 도움이 되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작은 정성들이 여기저기로 이어진다면 아픔을 겪고 있는 이웃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 내가 먼저 나서면 다른 누군가도 곧 따라 나설 것이다. 우리 모임이 앞장서면 또 다른 어느 단체도 뒤 따를 것이다.
이왕이면 자녀들도 데리고 가 보자. 아이들과 더불어 참여하면 교육적인 효과 또한 적잖을 것이다.
오늘 저녁 당장 양산의 닭ㆍ오리고기집들이 밀려드는 손님으로 즐거운 비명이 새어나왔으면 싶다.
닭ㆍ오리고기 익혀 먹으면 아무 탈이 없다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