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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영화마을] 한 시대 치부 드러낸 영화 - 실 미 도 ..
사회

[영화마을] 한 시대 치부 드러낸 영화 - 실 미 도 -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4/02/28 00:00 수정 2004.02.28 00:00
"주석궁 침투,김일성의 모가지를 따오라!"
1인의 살인병기 그들은 인간 폐기물이었다

 영화 '실미도'는 내게 몇 가지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
 우선 이런 영화가 세상에 나올 수 있을 만큼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이 그 첫 번째 놀라움이다. 한 시대의 국가권력이 그토록 잔혹하게 권력을 휘둘렀던 과거사는 우리에게 분명 감추고 싶은 치부다. 그런데도 이를 까 발겨서 세상에 들어내는 일은 어지간한 용기가 없어서는 가능치 않으리라.

 세상에는 아직도 레드 콤플렉스의 망령을 뒤집어쓰고 사는 이들이 있어 '실미도'를 빨갱이 영화라고 앙앙불락했다 하지만,그래도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무려 천만 명을 넘었다니 이 또한 놀라운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도 이만큼 영화를 잘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또 하나의 놀라움이다.
 이 영화를 두고 예술적 완성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고는 하나, 관객을 손위에 놓고 쥐락펴락하는 강우석 감독의 능란한 솜씨는 아무리 칭찬해도 아깝지 않다, 거기에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도 한몫 거들어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한 순간도 관객의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

 '684 주석궁폭파부대'라 불리는 계급도 소속도 없는 훈련병과 그들의 감시와 훈련을 맡은 기간병들,"낙오자는 죽인다,체포되면 자폭하라!"는 구호가 난무하는 가운데 실미도엔 인간은 없고 오로지 '김일성 모가지 따기'라는 분명한 목적만이 존재해간다.

 "새끼들아! 살아와야 돼!" 마침내 작전이 시작되고 그 전야에 부대원들은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씻어내듯 한바탕 신명나는 춤을 춘다. 그러나 훈련 도중 부상당한 부대원 찬석(강성진 분)은 동료들을 떠나보내는 아픔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소리친다. "살아오라고! 죽지 말라고!" 이미 목숨을 내던진 31명 부대원들의 평양 침투 전야에 실미도를 울린 이 한마디 속의 뜨거운 동료애,그리고 연병장을 울려 퍼지는 부대원들의 애국가- 그것도 우리가 통상 부르는 애국가 가락이 아니라 올드랭 싸인 가락에 맞춰 부르는 애국가는 끝내 눈에 눈물방울을 맺히게 한다.

 그런데 작전에 출동한 훈련병들에게 갑자기 출동정지 명령이 떨어지고 그로부터 그들은 한낱 쓸모없는 폐기물이 되고 만다. 소위 남북 화해무드라는 것이 조성되면서 북쪽은 남쪽의 '박정희 모가지'를 딸 필요가 없게 되었고 남쪽은 북쪽의'김일성 모가지'를 따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이 지금 대학생인 내가 이 땅에 태어나기 전의 일이라고는 하나,그것이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었고,그런 잔혹한 역사 속에서도 국가권력이 용케도 지탱되었을 뿐만 아니라 실미도가 아닌 세상의 다른 곳에서는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일상의 쾌락을 즐겼을 터이니,그 사실이 또한 놀랍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행여 오늘도 내가 모르는 지구 어딘가에서 실미도의 그런 잔혹사가 연출되고 있지나 않을까 싶어 공연히 몸이 부르르 떨렸다.

 전형우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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