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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교육칼럼] 고등학교 새내기들에게..
사회

[교육칼럼] 고등학교 새내기들에게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4/02/28 00:00 수정 2004.02.28 00:00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 눈 덮인 광야를 걸어갈 때에는)
 不須胡亂行 (불수호난행 ; 이리저리 함부로 걷지 말라)
 今日我行跡 (금일아행적 ;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은)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 반드시 뒷사람의 길이 되리니)"
 -서산대사의 시-
 
 예년보다 빠른 봄기운이 교정을 매화 향으로 가득 채웠다. 우선 고등학교 입학을 참으로 축하해. 늘 이맘때면 매화와 함께 새내기들을 맞이하는 설레는 밤을 보내기도 했었지. 올해는 어떤 아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까? 나는 또 어떤 배움의 자세로 너희들 앞에서야 하나?

 새 교복을 단정하게 입고 새 옷 냄새가 채 가시지 않았을 때쯤, 선생님들과 눈 높이도 맞추고 교정의 봄꽃과 함께 새 친구들과 속내를 조금씩 털어놓기도 하는 모습을 본다. 이는 새롭게 시작하는 너희들의 떨림 속에서 자신감이 조금씩 묻어나는 것이라 여긴다. 직접적인 입시와는 거리가 있는 중학교까지의 여유(?)와, 이제 눈앞에 닥친 대학입시라는 현실 앞에서 너희들의 발걸음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겠지.

 막상 글을 시작하니 참 부담스럽구나. 우리네가 추구 하고자 하는 삶의 목적과, 현실이 요구하는 과제는 제법 많은 틈이 있기 때문이지. 이 봄에, 이 틈을 어떻게 메우고 채워 나가야 할지 고민을 해봐야 하는 시기라 생각한다. 한 마리 토끼만 쫓을지, 아니면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지를 말이야. 무슨 얘기냐고? 즐겁고 신나는 고등학교 생활을 할건가? 아니면 대학입시라는 토끼부터 잡을 것인가를 결정해야지. 아쉽게도 우리의 교육현실에서는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학교가 많지 않단다. 그런데 이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있단다. 너무나 쉽지만,너무도 어려운 길이지. 그 길은 바로 새내기 너희들 자신들에게 있단다. 대학입시 제도를 찬찬히 뜯어보면 즐겁고 신나는 학교 생활을 하면 진학할 수 있는 대학들이 제법 있단다. 당연히 공부는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말이야. 몇 가지 생각나는 대로 적어본다.

 우선 봉사활동을 보자. 입시만을 위한 형식적인 봉사활동은 새내기들의 몸과 마음을 더 힘겹게 한다. 그런데 이를 자신의 성장의 기회로 삼는 참다운 봉사를 한번 해보렴. 독거 노인을 찾거나 몸이 불편한 이웃의 손발이 되어보렴. 세상이 다르게 보일게다. 삶은 남과 함께 나눌 때 더 살찐다는 평범한 진리를 봉사활동에서 느껴보지 않을래? 그래서 속이 꽉 찬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희들을 단단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 다양한 체험 활동이다. 학기중이나 방학이면 여러 시민단체나 기관들에서 진행하는 많은 활동들이 있단다. 새내기 때가 아니면 참가하기 힘이 드는 현실이니 꼭 두 눈 크게 뜨고 살펴서 참가해 보렴. 삶에 자신감 갖게 될 거야. 국토 대행진이나 청소년 체험 캠프 등은 큰 돈 들이지 않고 전국의 친구를 사귈 수 있고,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 할 것이라 확신해.

 그러면 학교 생활은 어떻게 하냐고? 아마 학교마다 몇 개씩의 동아리는 있을 게다. 봉사활동이나 체험활동을 같이 할 수 있는 동아리이면 더 좋겠지. 그 속에서 친구와 선배를 만나고 익힌다면, 교실에서 배울 수 없는 또 다른 세계가 열려 있지. 어쩌면 그 활동이 너희의 직업을 좌우 할 수도 있단다.

 이렇게 얘기하니 공부만 열심히 하고 싶은 새내기들은 불만이 이만 저만 아니겠구나.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그건 학교마다 내공이 높은 선생님들의 말씀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해. 그래도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구나. 늘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말일 테지만 그래도 꼭 해야겠구나. 바로 독서의 바다에 빠져보렴. 그리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친구들과 그 책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어 보아. 입시 준비와 논술 준비가 따로 없게 되지. 학교 도서실을 안방으로 생각하고 그곳에서 제공하는 많은 정보들을 만나고 따라가다 보면 대학진학은 오히려 쉬울 수도 있다.

 한창 꿈 많은 청춘들이 입시라는 굴레에 덧 씌워져 있지만, 고등학교 생활을 통해서 삶에 대한 자신감으로 끝없이 자신을 담금질하며 살아 갈 수 있는 패기를 기를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어. 그럼,고등학교라는 새로운 배움터에서 씩씩하게 다시 만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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