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올해로 여든 다섯 번째의 삼일절을 맞는다.
85년 전 3월, 우리의 선열들이 일제의 압력에 항거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대한독립만세"를 목 놓아 불렀으니, 우리 양산에서도 양산장터를 중심으로 거리거리에 만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를 계기로 우리 민족의 가슴 속에 독립의 열기가 불타오르고 전국 경향 각지와 적지인 일본 땅, 그리고 만주 벌판과 중국 땅에서 끊임없이 펼쳐진 독립투쟁 끝에 마침내 우리는 1945년의 광복을 맞이하였다.
그러기를 85년,2004년 오늘에 맞는 삼일절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고 있는가?
그 옛날,선열들의 그 뜨거웠던 나라사랑의 마음과 민족혼을 짐작이나 하고 있는가?
삼일절 아침에 태극기 내다 거는 일조차 소홀히 하고 있는 오늘의 우리들이고 보면, 감히 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을 입밖에 꺼내는 것마저 부끄럽다.
지난해에도 그랬고 지지난해에도 그랬지만, 삼일절에 태극기를 게양한 집이 아파트는 한 동에 한 두 세대가 고작이었고 전체적으로도 국기 게양률이 채 10%도 되지 않았다. 이러고서야 어찌 삼일정신이 살아있다 하겠으며 선열들의 독립정신을 계승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으랴. 삼일절을 단지 쉬고 노는 날로만 생각하는 이들에게 올해는 삼일절이 토요일과 일요일에 연이어져 있어 더 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사흘 내내 먹고 즐기기만 할 것이 아니라 어느 한 순간이라도 옷깃을 여며 3월 하늘을 우러러보고 85년 전 그날의 그 함성에 귀 기울여 볼 일이다. 그리고 오늘의 우리 모습이 어떠한지를 겸허한 마음으로 생각해 보았으면 싶다.
나라가 독립이 되었다고는 하나, 오늘날에도 여전히 일본말 찌꺼기가 우리네 글살이와 말살이를 어지럽히고, 이도 모자라 서양말 나부랭이와 국적도 알 수 없는 요상한 말들이 우리 국어를 더럽히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뼈아픈 반성이 따라야 할 터이다.
젊은이들이 우리 것은 홀대하고 무턱대고 서양 몸짓을 흉내 내는 것을 개탄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라 자식들에게 민족정신과 국가의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게으름을 탓해 보는 것도 삼일절을 맞는 마음가짐의 하나일 것이다.
올해 삼일절은 제17대 국회의원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도 여느 때와는 또 다른 마음으로 맞아야 하겠다. 이번 총선은 과거의 그릇된 정치관행을 타파하고 정치개혁을 통한 새로운 정치문화를 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는 데 각별한 의미가 있다.
따라서 지난날의 선열들이 잃은 나라를 찾기 위해 목 놓아 독립을 외쳤다면, 오늘의 우리들은 다시 찾은 나라를 어엿하고 반듯하게 세우려는 마음으로 총선에 임해야 하겠다.
그러므로 이번 삼일절 아침에는 집집마다 태극기를 내다 걸며, 저마다 나라의 주인된 마음으로 총선에서 어떤 일꾼을 뽑아야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이 될지를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행여 금요일 오후나 토요일 아침에 나들이를 떠나는 이들이 있다면, 미리 태극기를 걸어 놓고 나가는 것을 잊지 말자. 그리하여 삼일절 아침에는 우리 양산의 온 집집마다 마을마다 태극기가 휘날리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