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인 지난 3월 1일 일본의 큐슈의 조그만 농촌에서 한국의 친구가 보고싶어 양산에 온 한 일본인을 만났다. 이 사람은 농군으로는 보이지 않는 전형적인 일본 소도시의 평범한 일본인이었다.
1박2일의 짧은 일정 속에 그와 나눈 이야기들 중 현재를 사는 일반적인 '보통' 일본인들의 견해를 가늠케 해주는 흥미있는 부분들이 있어 그의 양해를 구하고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해보았다. 민감할 수도 있는 부분들은 논쟁을 피하고 일단 그의 견해를 듣는 것만으로 그쳤다.
◇자신의 소개부터?
저는 코가 야스지(古賀保次)라고 합니다. 일본 큐슈(九州)의 인구 6만여명의 조그만 토스(鳥栖)시에서 농사를 짓는 50대의 평범한 시민이며 3자녀를 둔 가장입니다.
◇ 양산에는 어떻게 오게 되었으며 양산에 대한 인상은?
수년 전부터 인터넷으로 알게 된 한국인 친구가 있어 그간 여러 차례 다녀갔습니다. 개발중인 시내와 외곽의 농촌지역, 그리고 공업단지와 축산단지등 복합적인 도시인 것 같습니다. 올 때마다 도시화가 급격히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매우 역동감있고 뭔가가 쉬지않고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 오늘이 한국의 주요국경일인 삼일절인데 알고 있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우리세대의 사람들은 과거 한 때 한일간의 불행했던 시기가 있었다는 것은 알고있습니다만 더 자세한 것은 잘 모릅니다. 모른 다는 것은 누군가가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것인데 학교든 어디서든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의 관점에서 보는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겠지요.
◇ 최근에 한국의 우표발행으로 독도 문제가 다시 이슈화 되었는데?
저의 소견으로는 일본에서의 독도 문제는 일부 국가지도자와 정치인들 그들만의 정치적인 문제인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독도영유권 분쟁이 있는지 없는지, 독도가 어디에 있는지 별로 관심 없고, 심지어 젊은 세대들 중에는 그런 섬이 존재하는지 조차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 최근 한국에서는 FTA협정으로 농민들이 어려움이 많은데 일본의 경우는?
일본도 현제 몇 개 나라와 협상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는 시대의 흐름으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농민의 입장만을 고집하다가는 농사를 짓지않고 도시에 나가 살게 될 우리 자녀들이 어려워지지 않겠습니까? 다만 그 대책이 문제인데 영농과학화와 특용작물 재배쪽으로 생각해야겠지요. 우리 마을의 경우 작년부터 영농조합을 설립하여 공동경작에 들어갔습니다.
◇ 현재 일본 농촌의 제일 큰 어려움는?
한국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봅니다만 역시 해외 농산물 수입과 농업인구의 감소가 제일 큰 문제라고 봅니다. 수지가 안 맞으니 농사지을 사람이 없는 것이지요. 현재 일본의 농업인구는 전 인구의 약 3%이내입니다. 이 3%도 브랜드화된 고급 쌀 생산이나 특용작물 재배로 유지되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콩의 경우 현재 10a(약 300평)당 4만엔(円)의 정부지원금이 있는데 다른 농작물에도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봅니다.
◇ 코가씨의 경우는?
저는 현재 밀농사와 벼농사를 2부작으로 하고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라면과 우동의 소비로 밀가루 수요가 많기 때문에 밀농사는 그런대로 "괜찮습니다만 벼농사의 경우는 논을 놀리지 못해 하고있는 정도입니다.
대화 중 독도라는 섬이 있는지 조차도 모른다는 부분은 여러가지를 생각케했다. 국민들이 그런 것을 몰라도 될 만큼 위정자들이 정치를 잘한다는 것일 수도 있고, 가르치는 자 또는 지도층의 역사인식의 문제일 수도 있고,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좀처럼 속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 특유의 국민성이 그렇게 나타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도 저도 아니면 나와 직접 관련되지 않은 것은 모르겠다는 식의 팽배한 개인주의적 현상인지도 모르겠다.
2004. 3. 1
전대식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