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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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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화초대석 ] 양산을 노래하는 문학동아 "삽 량 문 학 회"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4/03/13 00:00 수정 2004.03.13 00:00
향토문학의 계승과 발전에 이바지하는 사람들의 모임

 누가 양산을 일러 문화의 불모지라 하였던가?
 이는 몰라서 하는 말이다. 아득히 먼 옛날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양산이 이 나라 겨레문화에 이바지해 온 발자취를 잠시만 더듬어 보면 그리 말할 수 없으리라.

 한겨레의 문화는 여러 지역의 문화가 모여서 승화되어 이루어지는 것이니, 멀리 신라의 삽량주에서 비롯된 양산의 역사가 또한 그렇다. 삽량주는 오늘날의 양산ㆍ동래ㆍ기장을 아우르는 낙동강 동남부 문화의 토양이었다.

 따라서 예로부터 시인 묵객들이 많았던 양산은 오늘에도 그 예맥이 면면히 이어져 지역문화ㆍ예술의 텃밭을 일구고 있다.
 
 1999년 봄에 첫발을 내디딘 '삽량문학회'도 이런 양산 예맥의 이음줄의 한 가닥이다.
 처음 이름은 '양산문학회'였다가 나중(2001년 4월 20일)에 지금의 이름으로 바꾼 '삽량문학회'의 권영상 회장을 만나봤다.
 
 뜻한 바가 무엇이어서 '삽량문학회'가 태어난 것일까?
 "양산에 살고 있거나 연고를 둔 사람으로서 글쓰기를 좋아하고 지방문학 발전에 대한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함께함으로써 저마다 가지고 있는 문학적 식견을 공유하고 정진시키려는 데 뜻을 두었습니다. 아울러 지역의 문학인들이 친목을 도모하고 향토문학의 계승과 발전에 이바지하려 합니다."

 이제 겨우 다섯 살배기이지만 그동안 해 온 일을 보면 '삽량문학회'의 내공이 만만찮겠다 싶다.
 2001년에 창간호를 낸 문학지 '삽량문학'이 지난해까지 3집이 나왔고 오는 5월에 네 번째 '삽량문학'이 나온다.

 문학기행을 통한 작품발표회, 인근 지역의 문학회(김해, 밀양, 포항 등)와 교류 시낭송회, 독자와 함께하는 문학인 송년의 밤 등의 문학행사를 해마다 가졌고, 달마다 정기 시낭송회 및 토론회를 열고 있다. 문학지 '삽량문학'도 단순한 회원작품집의 틀을 벗어나, '기인/예인을 찾아서'란 코너를 통해 고려분청사기의 재현자 '신정희'선생 등 문인화가 '월천 진강백'선생, 서예가 '묵선자 박지명'선생, 사찰학춤의 명인 '학산 김덕명'선생, 한다하는 양산의 기인 예인들을 발굴 소개함으로써 양산의 문화적 지평을 넓히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양산의 전설과 야화'도 소설적 기법을 빌려 맛깔스럽게 차려 놓았다. 회원은 시, 소설, 희곡, 수필, 동화 등 각 장르를 망라해 스무 명이 넘는다.
 
 이런 '삽량문학회'를 발족시키고 지금껏 이끌고 있는 권영상 회장은 어떤 사람인가?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지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각종 백일장 수상 경력만 100여회 됩니다."
 어려서부터 문재(文才)가 뛰어났던가 보다. 경북 고령이 고향인 그는 대구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러고는 일찍이 양산에 와 통도사 영취산 자락에 삶의 둥지를 튼 세월이 어느새 30여년.

 양산에서는 줄곧 공무원생활을 하다 지난 99년에 명예퇴직을 했다. 그러는 가운데 한국문협 양산지부장을 3대에 걸쳐 역임했고 계간 '주변의 시'동인 초대 회장을 지냈다.
 삽량문학회 회장 말고도 경남문협 회원과 '월간문학21'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63년에 '문예춘추'를 통해 첫 등단을 했지만,세상살이에 바빠 한동안 작품 발표를 소홀히 하다 93년에 '월간문학21' 신인상으로 재 등단했다. 지금은 공직에서 물러나기도 했고 슬하의 딸,아들 남매도 다 장성하였으니 애오라지 시 쓰는 일과 '삽량문학회' 식구들 건사하는 일만이 그의 일상사다. 그동안 첫 시집 '산처럼 물처럼'에 이어 5권의 시집을 냈다.
 
 그렇다면 시인 권영상에게 문학은 과연 무엇일까?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잠재해 있는 심성을 문자라는 도구로 옷을 입혀 독자의 마음을 극대화 시키는 촉매제입니다. 그러므로 참된 문학인이라면, 자연과 사물의 형상을 정점으로 끌어올려 보다 나은 삶의 가치관을 한 단계 승화시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겠지요."
 그는 또 달리 문학을 "내 영혼이 잠시 쉬어가는 집"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권 회장을 만난 첫 인상은 영락없는 시골 농꾼이다. 그래서 그럴까? 그의 시에서는 해묵은 장맛이 난다.


 

밤새껏 홀로 울어 외로운 그대
환한 둥근 달 미소에 담아 둔 내 그림자
몸짓도 아니며
손짓도 아닌
모가지 비틀어
바라보는 그대 미소 앞에
서쪽으로 기울어야 할
달이지만
잠시만이라도 길을 잃었다

<달맞이 꽃> 일부

 



 서쪽으로 예정된 길을 가야 할 달이지만, 달을 따라 목을 틀고 있는 달맞이 꽃을 바라보면서 잠시 길을 잃어버리는 달… 시인의 눈썰미가 아니고는 볼 수 없는 것을 시인은 우리들 더러도 보게 하니 이것이 곧 시 감상의 한갓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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