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 폭설로 천지 피어나던 봄이 한순간에 무너진 참으로 슬픈 날이네
남자가 부모 가신 날 말고 방성대곡(放聲大哭)해야 할 날이 평생에 다시 있어서 되는 일일까 나라가 파망한 것이 아니라면 소리 내어 울어서는 안 된다던 이군이 오늘 하루 종일 방성대곡했다며 전화선 타고 넘어오는 목소리가 한가득 젖어 있었네
∇ 그러나,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야 할 때이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네 한 자루 촛불로 서서, 그래 촛불 한 자루 지키는 것으로라도 힘을 보여 주어야 할 때이네 우리의 사랑과 의지를 보여 주어야 할 때이네
아이들 손잡고 거리에 나서야 할 때이네
훗날
그 때 아버지는, 할아버지는, 어머니는, 할머니는 어디에 있었느냐고 물을 때 나 거리에서 촛불 한 자루로 슬픔 태우며 그 슬픔을 태운 힘으로 폭설 녹이고 진정한 봄을 불러왔노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네 이제 눈물은 촛불 눈물로 태워 세상을 희망의 봄으로 꽃피워야 하네
한겨울의 눈보라가 그렇게 쉽게 물러가겠는가 한순간에 봄이 오겠는가
그렇네 진정 그러하네 이번 폭설은 겨울의 마지막 발버둥이네
촛불 한 자루의 열기는 손바닥을 뎁히기에도 부족할 수 있지만 모이면 천지 뒤덮은 폭설도 녹일 수 있네
전화 한 통화로, 메일 한 줄로, 시 한 편으로, 구호 한 마디로, 인사 한마디로, 촛불 한 자루로 우리는 봄을 꽃피울 수 있네
겨울 녹여 버리고 봄을 되살려 내어야 하네
김 형, 촛불 한 자루로 거리에서 우리 만나세
▶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서
∇(그러나 이별은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을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希望)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