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미쳤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자민련까지 끌어안고 우리나라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킨 날,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성난 군중들의 입을 가린 마스크와 그들이 들고 있던 피켓,그리고 그 이후로 줄을 잇고 있는 도처의 항의 현장에서 자주 눈에 띄는 문구다.
아닌 게 아니라 '국회는 미쳤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국회의원들이 미쳤다. 오늘의 이 현상을 두고 '미쳤다'는 말 말고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193명 국회의원들이 미치지 않고는 어찌 이런 작태를 부릴 수 있단 말인가.
그 동안의 모든 여론조사 결과 비록 대통령의 언행에 문제가 있었고 대통령 측근의 비리가 비난의 대상이 되기는 할지언정 국민들은 정작 대통령 탄핵까지는 원하지 않고 있음이 분명히 드러난 터인데다 대통령 탄핵 소추가 법률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정당성을 지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국민정서였다.
그런데도 마치 군사작전을 하듯 벼락치기로 탄핵안을 통과시킨 저들의 안하무인과 오만불손에 국민들이 저토록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탄핵안을 통과시킨 저들은 지난 4년 동안 차떼기로 검은돈을 뜯어오고 온갖 파렴치한 범죄로 국회를 분탕질한 위인들로서 저들 자신이 탄핵대상이지 않던가. 뿐만 아니라 그런 저들의 임기가 이제 한 달 후면 종료돼 국민으로부터 새로 심판을 받아야 될 판국인데,국민이 뽑아 엄연히 4년의 임기가 남아있는 대통령을 다수의 힘으로 몰아내겠다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미리 밝혀두거니와,우리는 우리의 지적과 주장에 대해 어떤 특정 정파와 연관시키는 것을 경계한다. 우리는 어떤 계층이나 정파의 이익을 대변하지도 않을뿐더러 오늘의 상황이 어느 정파, 어느 누구에게 득이 되고 실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하등 관심이 없음을 밝혀둔다.
다만,나라의 앞날이야 어찌 되든 이로 인해 치르게 될 국민의 고통이야 어떠하든 그것은 아무 상관없다는 듯 오로지 자기네들의 정파에 이득이 돌아오는 일이라면 무슨 짓이라도 하겠다는 낯 두꺼운 행태를 질타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오늘의 이 사태에 결코 눈을 떼지 않고 앞으로의 정국추이를 예의 주시할 것이다. 아울러 대통령탄핵이 지향하는 또 다른 속내를 관찰하는 데도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다.
항간에는 내각제 개헌을 내걸고 마침내 총선을 보이콧시키려는 시나리오를 펼칠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무모한 도박을 감행했을 리 있겠느냐는 분석이다. 야권에서는 '아니라'하지만 단순히 대통령탄핵 결과만 놓고 볼 때, 이는 분명 엄청난 자충수요 패착인데 정치판에서 닳고 닳은 저 교활한 정치꾼들이 스스로 제 무덤을 파는 일을 무단히 했겠는가 하는 점에서 상당한 설득력을 얻는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진행될지도 모를 또 다른 불순한 행태를 우려하며 이에 대해 경계의 끈을 늦추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행여 국민들이 우려하는 상황이 벌어질진 데 저들은 지금까지의 항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실로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부딪칠 것이라는 것을 엄중히 경고해 둔다.
충고하노니, 야3당은 오늘의 이 사태를 몰고 온데 대해 자숙하고 오는 4월 15일의 국민심판을 겸허한 마음으로 기다려라. 그렇게 하는 것만이 늦었지만 역사와 국민 앞에 사죄하는 길이다.
오늘의 이 사태를 '친노'와 '반노'의 시각으로만 본다면 그것 또한 커다란 착각이다.
거리,거리에 넘쳐나는 저 수많은 군중들이 다 '노사모'도 아닐뿐더러 모두가 다 노무현 지지자도 아니다.
그들은 다만 '대통령 노무현'을 살리자고 저토록 목이 터져라 외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외침은 바람 앞에 등불이 된 이 나라의 '의회 민주주의'를 살리자는 것이요,백척간두에 선 대한민국의 국권을 살리자는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이만큼이나마 키워왔던가. 수많은 젊은이들의 뜨거운 피가 뿌려지고,헤아릴 수 없이 많은 민주투사들의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희생을 먹고 자라온 것이 이 땅의 민주주의가 아니던가.
그것을 이제 또 다시 저 흑암의 시절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외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