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3일 일본의 큐슈신칸센이 일부 개통되었다. 혼슈(本州)에서 하카타(博多)까지 들어오는 산요(山陽)신칸센은 예전부터 운행되고 있었지만 JR큐슈의 자체 신칸센은 이번에 카고시마(鹿兒島)야츠시로(八代) 간이 먼저 개통되어 환승 열차로 하카타까지 연결 운행하게 되었다. 큐슈신칸센의 개통으로 카고시마야츠시로는(137.6km) 종래 2시간 10분에서 35분으로, 환승하여 하카타까지는(288.9km) 3시간 50분에서 2시간 10분으로 운행 시간이 대폭 단축되었다.
개통 1주일 뒤인 20일 카고시마에서 하카타로 올라오면서 츠바메(제비)로 명명된 이 기차를 탈 기회가 있었다. 사적인 용무의 여행이었지만 한국에서도 4월 1일 고속철도의 개통을 앞두고 있어 관심을 가지고 취재하듯이 살펴보았다.
◇ 츠바메 효과
남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큐슈신칸센의 최남단 역인 카고시마중앙역은 아직도 신칸센 개통의 열기가 식지 않은 것 같았다. 역 구내와 광장에 세운 무대에서는 여러가지 행사가 계속 중이었고 물산전에는 역내의 각종 특산물이 전시 판매되고 있었다. 갖가지 휘장들과 포스터들이 어지러울 정도로 역 주변을 도배하고 있었는데 캄빠이(乾杯)로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이곳 출신 인기 가수 나가부치 츠요시(長淵 剛)의 대형 포스터가 특히 눈에 띄었다.
시내의 상가와 식당들도 신칸센 개통을 축하하는 이벤트와 할인 행사가 요란스럽게 계속되고 있었다. 별 것 아닌 조그만 일에도 갖가지 명칭을 갖다 붙여 고객 유치에 기막힌 상술을 발휘하는 이 사람들이 이런 큰 이벤트를 그냥 넘길 리가 없다.
실제로 다음날인 21일자 마이니치신문(每日新聞)에 따르면 이 1주일간 시내의 식당들은 약 20%,백화점은 5~8%의 매출이 증가했으며,이와는 별도로 3억엔(32억원) 이상의 상품권이 팔렸다고 한다. 물론 각종 숙박시설도 재미를 톡톡히 보았다. 단 항공사 만은 승객 감소로 울상이라고 한다. 이 신문은 신칸센 개통과 관련된 특수를 두고 '츠바메 효과'라는 재미있는 표현을 썼다. ('츠바메'는 큐슈신칸센 열차의 이름)
◇ 자연감을 살린 내장
카고시마하카타(288.9km)의 운임은 9,420엔(약 102,000원). 서울-부산(408.5km)의 고속철도 운임이 45,000원 인데 비하면 3배가 넘는 가히 살인적인 물가다. 열차의 외관은 백색으로 매끄럽고 날렵하게 생긴 것이 그 이름대로 물찬 제비를 연상케했다. 모두들 기념 촬영하느라 정신이 없다. 열차는 6량 편성으로 생각할 수 있는 편의 시설은 다 갖추었는데 특히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을 위한 좌석과 화장실,세면장 등이 돋보였다. 백색 천정과 바닥에 미색의 벽,옻색 직물 시트에 녹나무 원목 팔걸이와 접이식 테이블,손잡이 등은 마치 안방에 앉아있는 듯한 편안함을 준다. 금속으로 된 것은 눈에 잘 뜨이지 않게 바닥에 고정된 좌석 틀 정도이다. 심지어 창문 가리개도 벚나무로 만들었고 세면장 입구에 쳐진 발은 야츠시로에서만 나는 무슨 풀로 엮은 것이라고 한다.
(다음 호에 계속)
2004.3.22 전대식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