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야 말로 바르고 깨끗한 선거를 치르게 될까? 반세기가 넘는 우리나라 정치사를 더럽혀 왔던 부정,불법,타락선거가 마침내 청산되고 이번 제17대 총선은 공명선거가 정착되는 새로운 선거문화로 바뀌게 될까?
선거 때마다 각 정당과 후보들은 다짐을 하고 유권자들은 매번 기대를 걸어 봤지만 언제나 다짐은 공염불이 되었고 기대는 허무하게 무너졌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상황을 봐서는 이번에도 돈 안 드는 깨끗한 선거문화에 대한 국민적 여망이 무참히 짓밟힐 것 같다. 중앙선관위 발표에 따르면 17대 총선을 앞두고 올해 들어서만 선거법 위반 사례가 2천 건을 초과했다. 이는 16대 총선 같은 기간의 3배에 육박하는 것이다. 특히 고발ㆍ수사의뢰 건수가 300건을 넘었고 이중에서 당선무효 판결이 날 가능성이 있는 경우가 172건에 이른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경찰청도 올해 들어 2천 건이 넘는 선거법 위반 사례를 적발, 65명을 구속했다고 한다. 이러다가는 상당수의 선거구에서 재선거가 불가피하게 돼 내년 4월에는 이른바 '소(小)총선'을 치러야 할 판이다. 이중에는 경남도내의 선거법 위반사례도 5건이나 되고 우리 양산에도 1건의 고발 건수가 있다.
모두가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는 정치개혁도 그 출발점은 공명선거다. 공명선거가 없이는 정치개혁도 한낱 구두선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되면 정치개혁도 실종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국가의 미래도 깜깜하다. 그러므로 선거법 위반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며 국가의 밝은 미래를 지연시키는 반국가적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이런 터에 중앙선관위가 '돈선거 척결'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하고 선거자금 및 정치자금의 흐름을 낱낱이 파악,불법비용에 대해선 끝까지 추적해 엄중 처벌키로 한 것은 반갑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유지담 선관위원장도 “부패정치의 근원인 돈선거를 뿌리 뽑는 일이야말로 이번 선거에서 우리가 해야 할 가장 큰 과제”라고 강조했다니 공명선거 실현에 대한 선관위의 의지가 어떠한지를 알만하다.
바뀐 정치관계법도 돈선거 차단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50배 포상금ㆍ50배 과태료제도로 섣불리 돈을 뿌렸다가는 큰 코 다치게 됐다.
그러나 포상금과 과태료제도가 과연 만병통치약인지는 의문이다. 돈으로 표를 사고팔던 과거의 잘못된 선거풍토를 개선하자면서 물질적인 포상 제도를 선택하는 것이 옳은 방식인가라는 문제도 있고, 음성적으로 진행되는 금전살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적발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강화된 법과 제도가 공명선거 실현에 어느 정도 기여는 하겠지만, 선거문화를 제대로 꽃피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민의 정치참여가 필수적이다. 다시 말해 깨어있는 시민의식이 바탕이 되지 않고는 결코 선거문화를 바꿀 수 없다.
한 끼 식사나 알량한 돈 봉투 하나에 내 신성한 권리를 팔 수 없다는 옹골찬 주권의식, 내 하나가 곧 선거문화와 정치개혁의 주역이라는 주인의식이 자리 잡지 않고는 그릇된 선거관행의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없다. 공명선거의 실현,그것의 승패여부는 오로지 시민의 손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