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서운암 봄꽃들이 활짝 피었습니다.
해마다 피는 봄꽃들이지만 한파와 폭설로 유난히 추었던 지난 겨울을 생각하면 부처님 말씀처럼 찾아오는 꽃들에게 절을 하고 싶습니다.
혹자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하고, 혹자는 꽃이 사람보다 아름답다고 합니다만 서운암 봄꽃들 앞에서는 사람도 꽃도 하나입니다.
모두가 더불어 함께 아름다운 세상인 것입니다."
윗글은 지금 '제3회 들꽃축제'가 한창인 서운암에서 날아온 초대장에 쓰여 있는 인사말이다.
서운암은 영남불교대학 관음사 회주스님이신 무일 우학스님의 은사스님이신 성자 파자 큰스님이 주석해 계시는 곳이며 영축총림 통도사의 산내 암자이다.
지금 서운암에선 들꽃사랑 콘서트,차와 사찰음식의 날,들꽃사랑 시(詩)축제,들꽃축제 기념 전시회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된 들꽃축제가 이어지고 있다.
2004년 4월 18일 일요일,불교대학 신입생 M.T의 주요일정을 마치신 회주스님께서는 오후 시간에 서운암으로 향했다.
서운암의 큰 행사와 오후 들면서 내리기 시작한 봄비로 인해 차가 많이 막혀,예정보다 늦은 시각에 도착한 서운암엔 둘째 날 행사인 들꽃사랑 콘서트는 이미 끝나 있었고,안개에 잠긴 산사는 차라리 고즈넉함이 배어난다.
회주스님을 따라 일행은 성자 파자 큰스님께 인사를 드리고 스님께서 큰스님을 뵙는 동안 서운암을 구경하며 들꽃사진들을 찍었다.
비에 젖은 들꽃들은 함초롬하다 못해 애잔함마저 풍긴다.
주지이신 대안스님의 설명에 따르면 서운암의 부지는 20만평이고 그중 들꽃 단지만도 5만평,그 속에 200여종의 들꽃들이 있다고 한다. 그중 눈에 띄는 노란색 꽃은 유채인가 했더니 바로 쪽물을 추출하는 대청이란 꽃이라고 설명하신다.
서운암 큰스님께서 쪽물 염색의 달인이신만큼 대안스님께서도 스승님의 뒤를 이어 쪽물 염색의 대가라는 회주스님의 귀띔이시다. 대안스님께서는 대학원 과정에서 쪽을 연구하시고 1993년부터 쪽물 염색의 강좌를 시작했다고 하신다.
첫 강의에 100명의 수강생이 모였고,그들은 거의가 대학교수,패션디자이너 등으로 커다란 바람을 일으켰다는 설명에 이어 지금도 200여분이 쪽물 염색 강의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하신다.
종이에다 쪽물을 들이면 감지가 만들어지는데 그 종이는 상하지 않으며 옛날 중국에 조공을 올릴 때,중국에서 원하는 조공품 1위가 바로 감지였다고 한다. 그 쪽빛은 하늘색,즉 극락의 색이라 하여 그 종이로 조상의 위패를 만드는 것을 중국인들은 영광으로 생각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 종이 위에 금가루로 글씨를 쓰면,그것도 부처님 말씀을 쓰면 바로 '감지금니사경(紺紙金泥寫經)'이 되고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며 주지이신 대안스님은 쪽물 예찬론을 펴신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돌아 본 야생화단지는 참으로 경이로웠다.
노란 쪽풀을 비롯해 할미꽃,매발톱꽃,금낭화,창포 등 정겨운 우리 꽃들이 나지막이 자리한 들꽃동산은 누가 뭐래도 아이들의 체험학습장으로 그만일 것 같다. 자연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것이 거기 있다는 느낌이다.
서운암에 도착하면서 맨 먼저 만나게 되는 풍경이 계단식 마당 가득 놓여진 된장 항아리이다. '서운암된장'이라는 상표로 너무나 유명한 바로 그 된장이 익어가고 있는 풍경이다. 커다란 항아리의 숫자가 무려 5000여 개라고 한다.
이곳에 들꽃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4월 17일 토요일의 개막법회를 시작으로 그 이튿날은 들꽃사랑 콘서트가 열렸다.
첫날행사에는 연극인 윤석화님,박정자님,김수미님을 비롯하여 김태정 한국야생화연구소소장님,이성림 한국예총 회장님,이호연 국악예술원장님,이종상 전 국립박물관장님 등 무려 2만여 인파가 서운암을 다녀갔다고 한다.
둘째 날 행사인 '들꽃사랑 콘서트'에는 초대가수에 심진스님,한영애님,김원중님,꽃시 낭송에 정숙지님,재즈 색스폰 아티스트인 최광철님등이 다녀갔다고 한다.
그리고 4월 20일,곡우절인 화요일 오전 10시에는 '茶와 사찰음식'의 날이 열리게 된다.
이 행사에서 올리게 될 육법공양에는 서운암과 부산의 금화사,울산의 정토사에 이어 영남불교대학 관음사의 감로다례회에서 연합차회를 열게 된다.
그리고 사찰음식 108가지가 소개되며 들차회에서 이날 들꽃축제에 오시는 모든 분들께 햇차를 우려 드린다고 한다.
들꽃축제의 마지막날인 4월 23일 오후 3시에는 '들꽃사랑 詩'축제가 열린다.
사회에는 정일근 시인이,초대시인은 김남조님과 신달자님이다.
이뿐 아니라 들꽃사진 전시회와 들꽃사랑 시화전,들꽃분재 전시회,사찰음식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가 오는 4월 23일 금요일까지 이어지는 통도사 서운암.
큰스님의 초댓글처럼 "서운암에 오셔서 들꽃들과 대화를 나누는 유익한 시간"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4월 18일, 서운암을 다녀와서…>
김귀순 기자
인터넷 영남불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