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을 맞으면 누구나 못다 한 효도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가누지 못하고, 새삼 하늘 같은 어버이 은혜에 옷깃을 여미게 되겠지만, 올 어버이날을 남다른 감회로 맞이하는 이가 있다.
양산시의회 이부건 의원이 바로 그 사람이다. 6.25전쟁에 참전하신 아버지가 전사하신 줄로만 알고 기나 긴 세월을 외로움과 서러움으로 지새웠던 아들, 그러나 북에 살아 계셨다가 마침내 사선을 뚫고 다시 살아 돌아와 반 백년 만에 고향의 아들 앞에 서신 아버지.
지난해 10월, 양산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부자상봉의 주인공이 바로 이부건 의원이다. 그러기에 그가 맞이하는 올해의 어버이날이 어찌 예사로우랴. 본지에 꿈에도 그리던 아버지와 함께 어버이날을 맞게 된 이부건 의원의 소회를 싣는다. <편집자 주>
저에게 올해의 어버이날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지낸 해까지만 하여도 두 살밖에 안된 저를 남겨두고 6.25전쟁에 참전하셔서,전사(?)한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에 대한 끝없는 그리움과 원망,사람의 힘으로 가눌길 없는 것에 대한 체념 등이 뒤엉킨 혼돈된 감정을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만,
지난해 시월,국군포로로서 당당히 귀환하여 저에게 아버지 없던 그동안의 절망과 설움을 한번에 날려버리게 하고 꿈에도 그리던 아버지를 되찾는 영광스런 환희를 안겨주신 아버님께 주체할 수 없는 고마움과 경의를 드리옵니다.
저도 자식을 기르면서 살아가는 생활인으로서 아버님이 북에서 보냈을 53년 인고의 세월을 생각하면 미어지는 가슴과 함께 한편 숙연함을 느낍니다.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가는 북녘의 실상에서 국군포로로서 북으로의 전향을 끝내 마다하고,고향에 남겨둔 아내와 자식,가족을 생각하며 포기하지 않는 일념으로 팔순의 노구를 이끌고 가족과 국가 앞에 우뚝 선 아버님을 조석으로 뵈오며 한편으로는 경이로움을,또 다른 한편으로는 끝없는 찬사를 바치고픈 저 자신을 과연 이기적이라고만 할 수 있을 런지요.
7사단에서의 전역식,범시민적으로 환영해주었던 환영연이 끝나고 차분한 일상이 계속되는 지금,아버님께서는 이곳 고향의 새로운 삶에 적응해가고 계십니다.
어버이날을 맞이한 오늘에 이르러 생각하는 것은,
이제 진정으로 아버님을 편하게 모시는 길이 남아 있다면,반 백년 북녘의 생활에서 남겨둔 나의 여동생이 되는 당신의 딸과,사위를 귀환케 하여 남과 북의 온 가족이 모두 함께하는 일이 내색은 않으시지만 무던히도 속앓이를 하고 계실 아버님께 보답할 남은 숙제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여동생을 가족으로 안겨주신 아버님!
혹독한 북녘에서 저와 가족만 생각해주신 아버님!
이 아들, 엎드려 큰 절 올립니다. 오래 오래 평강하시옵소서.
아들 부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