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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교단일기] "그저 연줄 하나 달아줬을 뿐인데…"..
사회

[교단일기] "그저 연줄 하나 달아줬을 뿐인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4/05/14 00:00 수정 2004.05.14 00:00

 문득 내 서랍 속 일기장을 꺼내 본다. 아마 이 글을 쓰기 위한 이야깃거리를 찾기 위함일 것이다. 한 장 한 장 넘어 갈 적마다 내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그려진다. 아직 인생을 오래 살지도 않았는데 내 지난 일기장이 나에게 하나의 추억거리로 다가온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내 어릴 적 꿈은 선생님이였다. 그래서 교대를 입학하는 것이 적어도 내겐 행복이었을 것이다. 역시나 다를까 내 꿈의 첫걸음인 교대에 처음 들어 설 때의 설레임이 일기장 가득 쓰여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내 짝사랑 이야기, 첫 실습을 나가던 때의 기대와 설레임, 그리고 그때 실수 투성이인 내 모습들. 그 시절에는 그렇게 사소한 것들이 즐거움이 되기도 하고 슬픔이 였는지, 사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까지 하다.

 일기장 가득 쓰인 말들 중에 내가 가장 많이 쓴 말은 "꼭 좋은 선생님이 되자", "내 제자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선생님이 되자", "TV는 사랑을 싣고에 나올 만큼 좋은 선생님이 되자" 등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한 다짐들로 가득했었다.

 그런 세월이 지나고 몇 년이 흐른 지금의 나. 나는 이제 겨우 교직경력 2년 차의, 아직 새내기 교사의 티를 벗지 못한 교사이다. 시행착오를 겪어보기도 하고 그래서 절망에 빠지기도 하고,내가 이 정도 밖에 되지 못하나,내가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이기는 한 것인.… 수많은 생각이 아직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새내기 교사이다. 생각컨대 이런 생각들은 나이가 들고 교직경력이 늘어난다 할지라도 변함이 없지 않을까 한다.

 일기장 가득 씌여 있는 내 다짐들. 나는 얼마나 그 다짐들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일기장 한켠에 씌어있는 내 글을 보았다. "그저 연줄 하나 달아줬을 뿐인데…" 이런 말이 크게 적혀있었다. 바로 실습 때의 일을 적어놓은 것이다. 실습 때 제일 앞자리에는 앉았지만 눈에 거의 띄지 않는 남학생 한 명이 있었다. 그 아이가 연 만들기를 힘들어하고 있어 내가 연줄 하나 달아줬을 뿐인데 그 아이는 정말 고마워했고 마지막 날 내게 편지를 써주며 헤어짐을 누구보다 아쉬워하는 것이 아닌가. 정말 연줄 하나 달아주고 밖에서 연을 날릴 때 연을 잡아 준 것뿐인데...

 4년 전 2주간의 인연을 지금껏 이어 가고 있음은 정말 내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 같다. 학교 생활을 하며 난 가끔 이 아이를 통해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을 다시 추스르게 된다. 내가 무심코 한 행동에 아이들은 4년 전 그 아이처럼 나에게 사랑을 느끼게 될 수도 있고, 혹은 그 반대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내 생각은 내가 그 아이를 기억하는 한 내 교직 생활에 있어 하나의 지표로 삼고 살아가지 않을까 한다.

 조금 있으면 스승의 날이다. 작년 이맘 때 쯤 나는 슬럼프에 빠졌었다. 아이들이 나를 위해 준비한 자리와 나를 위해 불러주는 스승의 은혜. 정말 내가 아이들에게 스승이라 불릴 만큼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하고 참된 길로 이끌었을까 하는 생각과 그동안 아들에게 못했던 일들이 머릿속에 가득차는 것이…

 지금도 사실 그런 기분이다. 나를 선생님이라 처음 부르던 아이들의 모습과 첫 제자들의 모습,그리고 지금의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것이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선생님'이란 이름 속에는 분명 뭔가 다른 것이 있어야 할 것만 같다. 아직은 경력이 부족한 탓인지 아니면 내가 아직 덜 자라서 그런지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평생토록 모를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 질문 자체가 정답이 없는 질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저 아이들의 편에 서서 사랑을 베풀어주고 싶다. 사랑을 베푸는 방법을 잘 몰라 시행착오를 겪고 서로 힘들어하는 일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게 나의 최선인 것 같다. 그러면서 아이들 곁으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오늘도 화를 내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지 말자 그러지 말자 하면서도 화내는 내 모습. 스승의 날을 앞둔 지금. 바쁜 일은 잠시 뒤로하고, 잠시만이라도 꿈 많던 대학시절로 돌아가 내가 그리던 스승의 모습을 되살려 보아야겠다. 사랑하는 내 34명의 아이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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