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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교단일기] 일상생활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일의 즐거..
사회

[교단일기] 일상생활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일의 즐거움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4/05/22 00:00 수정 2004.05.22 00:00

 선생님들과 점심을 먹는데, 어쩌다 나이 얘기가 나왔다. 그 자리엔 처녀 선생님과 총각 선생님도 있었다. 아직 20대 초반인 처녀 선생님이 30대 초반의 총각 선생님에게 나이를 묻는데,

 " 선생님, 베스킨 라빈슨보다는 적죠?"

 이 말을 듣고 있다가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나이를 말하다가 느닷없이 왜 아이스크림 얘기를 하지?’ 하고 말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질문을 받은 총각 선생님은 그보다는 많다고 대답을 한다. 질문을 던졌던 처녀 선생님이 내 표정을 보고는 이렇게 설명을 해준다.

 "선생님, 베스킨 라빈슨은 31이잖아요"

 이 말을 들으니, 이해가 된다. 직접적으로 나이를 묻는 것이 실례가 되니, ‘베스킨 라빈슨 31’이라는 아이스크림 이름을 이용하여 간접적으로 나이를 묻는 것이다. 재미있는 발상이다. 신선하고 재치가 번뜩이는 말이다.

 어떤 이동통신 광고를 보면, 강의 시작 전 소란하던 학생들이 백발의 한 사람이 강의실에 들어서니 모두들 강의하러 들어 온 교수님인 줄 알고 집중하다가, 정작 그 사람이 교수가 아닌 학생이라는 걸 알고 놀라는 장면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대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경우를 만나면 즐겁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대상과 일들을 새롭게 생각하게 하여 고정된 관점을 교정해주니 말이다. 이런 일들을 만나면 신선하고 상큼하다. 밭에서 갓 따온 오이를 시원한 우물물로 씻어서 한 잎 덥석 베물었을 때, 아삭 소리가 나는 그런 느낌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은 우리의 생활을 지루하게 만든다. 학교현장의 교실수업은 늘 그런 느낌이다. 좀 바꿔볼 수 없을까 하고 생각을 하다, 점심시간의 대화에서 힌트를 얻었다. 칠판을 향하여 한 방향으로만 늘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의 좌석을 하나의 원으로 만들게 해서 서로 마주 보도록 바꾸어 보았다. 그렇게 하고 나서, 교과서 진도가 좀 느리더라도 서로 많은 대화를 하도록 유도했더니 졸음과 싸워야만 하는 5, 6교시 수업이 살아나는 느낌이다.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통해서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그것을 통해서 우리를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일이었다. 아이들에게도 거창한 도덕 군자 같은 말을 하면서 강요하듯이 하는 것보다 아이들을 새롭게 보고, 작은 일이라도 배려하여 아이들 스스로 깨달아 변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깊이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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