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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교단일기] 아이들과 함께 하는 학급회의..
사회

[교단일기] 아이들과 함께 하는 학급회의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4/05/29 00:00 수정 2004.05.29 00:00

 올해로 11번째 담임을 맡았다. 그 기간 동안 담임의 역할이나 느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면서 내 나름대로 '꼭 해야 한다.'고 여겨지고 해나가는 것들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학급회의다.

 학급회의는 초등학교 같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시간표상의 한 시간이겠지만,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이리저리 밀리고 다른 일과 중복되어서 못하는 것 같다. 그나마 하려고 해도 해본지 오래되어 어색하기만 하다. 그래서 '어색하고 형식적인 이런 것을 꼭 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마음에 형식적으로 하는 학급행사가 되어버린 듯싶다.
 
 그래도 어쨌든 난 학급회의를 한다.
 
 내 학창시절 학급회의는 이랬다. 초등학교 4학년 때로 기억된다. 70명이 넘는 학생들을 한 번씩 꼭 일으켜 세워서 무엇이든 말해야 한다는 규칙의 학급회의였다. 결국, 해야만 했기에 내가 하려고 했던 말을 먼저 해버린 녀석을 '나쁜 녀석'이라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내 차례가 오기 전에 할 말을 찾아야만 했다. 가끔 있었던 학급회의지만 20가지 이상의 '할말'이 발표되고 난 후 아직 발표하지 못한 아이들은 더 이상 할말을 찾지 못해 고개를 푹 숙이고는 죄인이 되었고, 제 차례에 일어나서 말 못하고 쭈뼛거렸던 아이들은 방과 후 일과인 딱지치기가 정말 재수 되게 없게 안 되는 경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의 '교육적 노력'은 안중에도 없이.

 학년이 올라가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나와 몇 몇 수많은(?) 녀석들은 타인 앞에서 말을 잘하지 못하는 학생이 되어가고 있었다. 집과 학교의 어른들에게는 꾸지람을 듣게 되고, 어쩌다 이루어지는 학급회의에서는 쪽팔림만 당했으니 침묵 정진할 수밖에….
 
 올해도 나는 학급회의를 할 때는 학급의 맨 끝번인 번호 36번이다. 그래서 손들고 발표하고 경청하고 나머지 회의시간 내내 조용히 앉아 있는다. 회의 순서에 선생님 말씀은 없다. 같은 학급위원인데 동료였다가 선생님이기를 바꾸어가며 해서야 되겠는가. 물론 처음 몇 차례 회의에서는 알맞은 진행을 위해 설명을 많이 한다. 1년 동안 꾸준히 학급회의를 하니 평균 20회 정도를 할 수 있었다.

 회의의 주된 내용은 부별 발표와 지난 주 평가로 이루어진다. 학급조직표의 각 부별 인원을 알맞게 배분해서 순서대로 발표하게 한다. 발표할 내용은 부별로 범위가 정해져 있어서 내용을 크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뭘 말하느냐?'보다는 남들 앞에서 '일어날 수 있느냐, 그리고 자신의 음성을 모두에게 들리도록 낼 수 있느냐?'를 우선 고려했다. 물론 쓴 것을 읽어도 된다. 다음 주에는 지난 주에 부별로 발표한 사람이 자기가 발표한 내용을 급우들이 잘 지켜졌는지 평가한다. 내용은 '지난 주 이런 것을 발표했는데 잘 되었습니다. 또는 잘 안되었습니다.' 하고 간단히 말하면 된다. 결국 2주 연속으로 말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담임으로서 아이들과 잘하고 싶은 것이 무지 많다. 소풍을 가면서부터 돌아올 때까지 같이 떠들고 웃고 단체사진 여러 방 터트리고 싶다. 다른 학급과 반 대항 축구, 농구시합을 응원과 함께 정기적으로 하고 싶다. 시험 마지막 날 밤샘 공부에 발개진 서로의 눈을 보면서 은근한 미소를 나누고 싶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잘 해나가려면 담임교사를 포함한 우리 반이 서로 말이 오가야 할 것 아닌가? 속닥속닥 카랑카랑 오가는 말에서 이루어질 뭔가가 생긴다는 것이 내 주장이다. 어쨌든 난 학급회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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