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8일부터 양산시정의 지휘봉을 잡고 시장권한대행체제를 이끌어 왔던 신희범 부시장-
시장 보선을 사흘 앞둔 1일 오후, 이제 곧 권한대행의 짐을 벗게 된 신 부시장을 만나기 위해 집무실을 찾았다.
상당한 시정공백이 있을 것이라는 당초의 우려와는 달리 1년여 대행체제를 차질 없이 치러냈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기자를 맞는 그의 표정이 퍽 밝고 편안하다.
^지난 1년 가까이 시장권한대행으로 시정을 이끌어 오셨습니다. 이제 권한대행체제의 막을 내리는 시점에서 감회가 남다르시겠습니다. 우선 그간의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다들 도와주신 덕분이죠. 먼저 대행체제 기간동안 시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주신 여러 기관단체와 시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또 한 치의 행정공백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각오로 맡은 바 업무에 열과 성을 다해 주신 직원 여러분들께도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공무원 노조에서도 부시장님의 그동안의 노고와 업적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그렇잖아도 어제 노조간부들이 찾아와서 그동안 수고했다고 인사를 해 주어서 너무나도 고맙고 감격스러웠습니다. 아마 공무원노조에서도 처음에는 많이들 걱정했나 봅니다. 그러나 권한대행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소신 있게 시정을 이끌어 주어서 다행이었다고 하더군요. 사실 노조에서도 차질 없는 시정운영을 위해 많은 힘을 보태주었습니다. 지난 1년여를 되돌아보면 감사를 드릴 분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권한대행으로서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소신을 지키자면 남다른 원칙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저는 정당성에 바탕을 둔 합리성을 고수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겠지요. 시민사회와 각계각층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많이 듣는 과정에서 독단성을 배제한 객관성을 찾아낼 수 있고 그럼으로써 정당한 명분을 얻어 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여러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다 보면 해결의 실마리가 찾아지지요. 또 공직자로서 갖추어야 될 중요한 덕목은 정의감입니다. 혹 나의 잘못된 판단으로 억울한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매사를 정의롭게 처리하려고 애썼습니다."
이런 원칙을 지키는 가운데 신 권한대행은 연초 600억원 규모의 양산신도시 통합소각시설 설치업체 입찰을 아무런 잡음 없이 처리했다. 600억원 규모의 대형공사이다 보니 여러 이해관계자는 물론 사정기관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추이를 지켜보았지만, 심사위원 선정에서부터 입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공명정대하게 처리함으로써 주위의 의혹을 불식시켰다.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시공업체로 선정된 포스코건설이 건설할 통합소각시설은 세계적인 기술을 도입, 국내에서 가장 선진화된 소각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오는 2006년말 완공예정인 이 소각장이 완공되면 하루 130여t 발생되는 쓰레기가 4t으로 감소하게 된다고.
^원칙을 일관되게 지키려다 보면 어려움도 적잖았겠습니다.
"처음에는 저항이 많았습니다. 그동안 인맥과 학맥 등 연줄에 기대 이득을 챙기는데 익숙해 있던 사람들은 당연히 저항을 하게 마련이지요. 이와 같은 부당한 저항을 잠재우는 데는 오직 원칙을 고수하고 바르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결국은 정의가 이기게 되더군요. 지금은 어느 누구도 부당한 압력을 행사할 엄두를 못 냅니다."
권한대행- 임무는 잔뜩 안겨지지만 권한에는 대행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어 있어 어지간한 강단을 지니지 않고서는 감당해내기 어려운 자리가 권한대행이다.
그러나 신 대행은 지난 11개월을 애오라지 시정을 빈틈없이 수행하려는 일념으로 한눈팔지 않고 시정에만 매달렸다. 그런 노력이 헛되지 않아 그는 크고 작은 많은 결과물들을 거두어 냈다.
대행체제가 시작되자마자 부산대 제2캠퍼스(열림캠퍼스)의 기공식을 치러 양산을 이상적인 교육도시, 문화도시, 복지도시 그리고 기술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우리나라 최초의 아카데미아포리스로(대학도시)로 만드는 첫 단추를 꿰었다. 열림캠퍼스는 오는 6월 15일에 착공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게 된다.
시립예술단의 창단도 양산문화발전의 측면에서 매우 뜻 깊은 일의 하나다. 인구 20만이 조금 넘는 도시에서 시립예술단을 창단하는 일이 결코 수월했던 일은 아니지만 지난 2월에 태동한 이 예술단이 오는 6월 26일에 창단공연을 갖는다니 신 대행으로서는 이 또한 가슴이 벅찬 일이겠다.
이밖에도 웅상지역 주민의 숙원인 7호선 우회도로도 건설부의 타당조사를 거쳐 국책사업에 반영되었고, 웅상문화복지센터, 동경남문화복지센터, 용당산업단지 개발확정들이 모두 신 대행이 공을 들인 일들이다.
이런 보람 있는 수확의 이면에는 어렵고 힘든 일들도 많았다.
조류독감 파동으로 닭 180여만 마리를 살처분해야 했을 때는 실로 가슴이 찢어지는 듯 했다. 다행히 농가의 피해보상도 원만히 해결됐고 양계농가에 닭이 재입식되는 등 지금은 양산 양계농가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신 부시장은 이제야 한숨을 놓는다.
천성산 산불도 그의 가슴을 철렁하게 한 일의 하나다. 이 또한 산림의 피해는 있었지만 인명피해도 없었고 문화재도 아무런 손실을 입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다. 이 때, 거센 강풍 속에서 진화작업에 몸을 아끼지 않았던 공무원들과 유관기관 관계자들의 노고는 신 부시장의 마음속에 두고두고 남아 있을 감동의 무늬다.
^우리 양산은 외지에서의 유입 인구가 많아 시민사회의 공동체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또한 양산은 짧은 기간에 외형적으로는 큰 성장이 이루어진데 반해 시민사회를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질적인 소프트웨어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우리 양산 시민들이 스스로 양산을 사랑하고 양산시민이라는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지게 하자면 앞으로 어떤 점에 역점을 기울여야 할까요?
"그렇습니다. 바로 이 문제가 우리 양산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공동체의식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저마다의 이기주의를 극복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원래의 출신지가 어디이든 현재 양산에 살고 있으면 양산사람이고 양산시민입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가 양산사랑의 마음을 지니고 내 고장에 대한 애정을 품었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 시에서는 '양산사랑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 운동에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이루어진다면 바람직한 공동체의식도 형성되리라고 봅니다."
'양산사랑 운동'이란 시가 시민의 향토애 및 공동체 의식을 함양해 지역발전의 원동력으로 승화시켜 나가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범시민운동이다. 양산사랑운동의 주요 테마는 △우리양산 바로 알고 널리 알리기 △지역경제 키우기 △푸른 숲의 도시 양산 가꾸기 △기본이 바로 선 양산 만들기 등 네 가지로 각 테마별로 네 가지씩의 실천 과제를 마련하는 등 구체적인 추진계획이 마련돼 있다. 이에 대해 신 부시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양산사랑운동은 시민 모두가 양산을 고향으로 생각하고 양산을 소중히 아끼고 베푸는 지역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살맛나는 내 고장으로 가꾸고자 하는 지역사랑운동"이라며 "시민과 각급 기관단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당부한다"고 밝힌바 있다.
그동안 이 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해 홍보아치를 설치하고 시가지 퍼레이드를 펼치는 등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전개하려 했지만 공교롭게도 총선과 시장 보선이 겹쳐 이를 민선시장 취임 후로 미루게 되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신 부시장은 오는 7일에 취임하는 새 시장이 이 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주었으면 하는 속내를 내비쳤다.
부친이 교장선생님이었고 백부님이 면장을 지내고 있던 공직자 집안에서 자란 신 부시장은 1966년에 5급을(현 9급)공무원으로 공직의 길에 들어섰다.
"공직이 아주 적성에 맞았습니다. 그런데다 줄곧 훌륭한 상사들 밑에서 일을 배울 수 있었던 것도 큰 행운이었지요."
말단에서 지방행정의 고위직까지 두루 섭렵하면서 각종 훈ㆍ포장도 적지 않게 받은 신 부시장은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길이 있다"는 신념으로 올곧게 살아온 세월에 후회가 없다.
앞으로 정년이 한 3년 남았지만 후진들을 위해 내년 초 쯤에 공직을 떠날 요량인데 퇴임 후에는 이곳저곳 산수를 유람하면서 노년의 여유를 즐기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