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양산지회 초등 참실부(하북초 교사 김원준)가 주관한 천성산 노전계곡으로 떠나는 들꽃 나들이. 아련한 어린 시절의 감수성을 다시 느끼게끔 해주었다.
전날 억세게 오던 비가 그치고, 너무나도 밝은 햇살이 천성산의 오후를 더욱 짙은 푸른색으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비온 뒤의 습함과 5월말 초여름에 가까운 햇살이 더해 불쾌지수를 한껏 높여주고 있었지만, 녹색 그늘이 주는 청량감은 모든 불쾌감을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물금초등학교 안경효 선생님을 강사로 모시고 모두 8분의 선생님과 4명의 초등학교 아이들이 내원사 매표소에서 노전암으로 출발. 가는 길은 편안했다. 가는 길 곳곳에 자라고 있는 들꽃과 들풀, 나무들을 하나하나 예사로이 지나치지 않고, 그 이름들을 불러 주었다. 그래서 30분이면 갈 수 있는 길을 거의 2시간 가까이 아주 느리게 올랐다.
노전암까지 걸으며 만날 수 있었던 들꽃에는 괭이밥, 까치 수영, 며느리 밑씻개, 노루발, 억새꽃, 금창초, 기린초, 돌나물(흔히 돈나물이라고도 부른다.), 애기똥풀, 뽀리뱅이, 벼룩나물, 염주 괴불주머니, 지칭개, 개여뀌, 개망초 등이 있었고, 나무는 참나무들(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 으름덩굴, 싸리나무, 때죽나무, 개옻나무, 산초나무, 청미래덩굴, 은사시나무, 산호자나무, 물푸레나무, 좀깻잎나무, 쥐똥나무, 산철쭉나무 등이 보였다.
우리 조상들이 들꽃들과 나무들에 이름을 붙일 때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그 생김새나, 특징을 보아 모두가 알아보기 쉽게 이름을 지었던 것이다. 그 예로 지칭개 같은 경우에 지천에 깔려 있다 해서 지은 이름이며, 애기똥풀은 줄기를 꺾어 눌러 보면 꼭 애기똥 같은 액이 나온다 해서 붙인 이름이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그런 이름들이 사람들의 입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들에 나가 아이들이 저게 무슨 꽃이냐고 묻는다면, 제대로 답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름을 제대로 알고 자세히 살펴보면 하찮아 보이던 모든 풀과 꽃과 나무들이 모두 특별해진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특별함을 알 수 있게 해주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하고 있는 건 모두 어른들이 가진 이기심 때문일 것이다.
2시간만에 노전암에 들러 시원하게 물 한잔하고 내려오는 길. 계곡을 이리저리 새롭게 단장하기 위해 치른 공사의 흔적으로 인해 조금 아쉬운 면도 있었지만, 천성산이 뿜어대는 그 물줄기는 더없이 맑았기에 잠시 발을 담그기도 하면서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한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들꽃들에게도 모두 이름이 있는데, 그 이름을 알고 한번 더 살펴보면 그렇게도 특별한 것을 왜 우리는 몰랐을까?'
속도와 경쟁의 시대. 모두 앞만 보고 거침없이 달리는 것만이 미덕이 되어버린 시대. 우리 아이들에게서 자연을 알 권리를 빼앗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은 지나친 비약일까? 10분 일찍 가기 위해 이렇게 아름다운 천성산의 계곡에 거대한 구멍을 뚫는 KTX는 과연 우리의 밝은 미래일까? 천성산을 지키기 위해 외로이 싸우고 계신 지율스님도 아마 이런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들꽃들에게 '이제 네 이름을 불러줄께!'라는 작은 속삭임으로 실시된 이번의 들꽃 기행은 우리에게 흔 하디 흔한 들풀, 들꽃, 나무들에게 모두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작지만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좀 더 의미를 부여하자면, 앞만 보고 바쁘게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잠시 멈춰서서 주위를 둘러보길 권하는 미덕이 필요함을 일깨워주었다.
정헌민 교사
하북초등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