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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책과 더불어] 사다리 걷어차기..
사회

[책과 더불어] 사다리 걷어차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4/06/19 00:00 수정 2004.06.19 00:00

 시장에 나가보면 과일 값이 많이 올랐다. 배나 사과는 작년 폭풍의 영향으로 적은 양이 저장되어서 일반 서민들이 사서 먹기에는 터무니없이 비싸다. 7월을 넘기면 이런 과일을 시장에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또한 제철 과일도 값이 비싸기는 마찬가지다. 발맞춰서 수입 과일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그러니 가정경제를 담당하고 있는 주부들은 시장가기가 무서울 정도다. 경제의 체감 온도는 우리를 아주 서늘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현상은 자연적으로 경제에 관심이 많아지게 되고, 뉴스나 PC를 통해 경제를 다루는 코너를 관심 있게 본다. 특히 아이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경제를 알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경제 분야의 책을 찾고 있는 학부모를 자주 만난다.
 이런 관심은 우리나라가 어려운 만큼 경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었고, 그 어려움이 대를 잇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의 발로가 아닌가 본다.
 우리는 WTO나 우루과이 라운드라는 단어를 많이 들어왔다. 바로 자유무역주의를 외치고 있는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개도국)이나 후진국에게 경제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필수요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정치경제적인 이론이다. 이런 요건을 받아들여야만 개도국이나 후진국이 선진국 대열에 낄 수 있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자기 나라들도 그렇게 해 왔다고 주장한다.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사다리 걷어차기(장하준 지음/형성백 옮김 / 부키 펴냄)'를 통해 그동안 눈 가리고 아웅하는 선진국들의 행태를 알 수 있었다.
 지금의 선진국의 일선에 있는 나라들이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열심히 사다리를 오르고, 그 사다리를 개도국이나 후진국이 타고 오르지 못하도록 그 사다리를 발도 걷어 차버린 선진국들의 행태를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선진국들은 자신들이 경제 발전을 도모했던 보호관세와 정부 보조금을 통해
산업을 발전시켜 놓고 지금에 와서는 개도국이나 후진
국들에게 자유 무역을 채택하고, 국가 보조금을 철폐하라고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과거 둘째가 서러울 정도로 강력하게 보호 무역을 하고 외국인 투자를 규제했다. 그런데 이제는 WTO 협상에서 앞장서서 후진국들에게 관세 장벽을 낮추고 외국인 투자 규제를 풀라고 떠들고 다니다. 신병 시절 구타를 받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일등병이 신병을 구타하는 것과 유사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 공산물 관세나 외국인 투자 문제가 나오면 개방의 목소를 높이다가 정작 우리에게 불리한 농산물 보호 문제가 나오면 우리는 아직고 후진국이라며 '개발도상국 지위 유지'를 협상의 목표로 삼는다. 자기 편한대로 이편에 붙었다가 하는 '박쥐 외교'나 다름없는 것이다.(서문 중에서)
 
 이렇게 표출되는 선진국에 대한 열등감은 버리고 우리의 민족주의를 대승적으로 승화하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책에는 개도국 시절에 있던 지금의 선진국이 자기나라의 경제를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경제와 관련이 깊은 정치적인 측면에서민주주의를 어떻게 발전시켰는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들어있다.
 막연하게 알고 있던 세계 정치나 경제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게 한 책이었다.
 세계 정치 경제에 관심이 많거나 아이들에게 경제에 관해 뭔가 이야기를 제공해 주고 싶은 분,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분들은 꼭 널리 읽었으면 한다.
 

유내영 / 동화읽는어른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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