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에 창단되었던 양산시립예술단이 시민들의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창단공연의 막을 올림으로써 문화도시 양산의 기지개를 켰다.
누가 양산을 일러 문화의 불모지라 하였던가? 이는 몰라서 하는 말이다. 아득히 먼 옛날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양산이 이 나라 겨레문화에 이바지해 온 발자취를 잠시만 더듬어 보면 그리 말할 수 없으리라.
한겨레의 문화는 여러 지역의 문화가 모이고 그것이 승화되어 이루어지는 것이니, 멀리 신라의 삽량주에서 비롯된 양산의 역사가 또한 그렇다. 삽량주는 오늘날의 양산ㆍ동래ㆍ기장을 아우르는 낙동강 동남부 문화의 토양이지 않았던가.
따라서 예로부터 시인 묵객들이 많았던 양산은 오늘에도 그 예맥이 면면히 이어져 지역문화ㆍ예술의 텃밭을 일구고 있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다만 갑작스러운 도시화 과정을 치르면서 옛것의 가치를 점차 잊어버리고 눈앞의 개발이익만 좇느라 문화와 예술에 대한 관심을 잠시 뒷전으로 밀어놓았을 따름이다.
그러던 중에 우리 양산이 이제야 어느 정도 도시다운 규모를 갖추고 도시의 균형발전에 대한 인식이 시민사회에 공유되면서 비로소 ‘삶의 질’을 깨우치게 되었으니, 이런 깨우침의 연장선상에서 탄생한 것이 곧 시립예술단이라 하겠다.
양산시립예술단의 창단이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인구 20만이 조금 넘는 작은 도시에서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립예술단이 꾸려졌다는 점이라 하겠다.
시립예술단을 이끄는 세 파트(합창, 어린이합창, 관악)의 지휘자들이 모두 상당한 역량을 갖춘 음악지도자들이라는 점도 시립예술단의 앞날을 밝게 하는 일이다.
합창단 지휘자 김성중 씨는 창원시립합창단과 창원시립소년소녀합창단, 마산시립합창단의 지휘봉을 잡았었고 경남오페라단의 총감독을 거찬바 있는 유능한 음악인으로 창원전문대와 창신대학에 출강하고 있는 합창지도자다.
어린이합창단의 백아름 지휘자 역시 만만찮은 경력을 자랑한다. 2002년 10월에 세계합창올림픽에 출전해 동메달을 받은 것을 비롯해 2003년 5월 동서대학교 전국성악콩쿨을 지도해 초등부 1ㆍ2ㆍ3등과 장려상을 거두는 등 각종 콩쿨과 경연에서 어린이 음악지도자로서의 역량을 과시했다. 양산소년소녀합창단 정기연주회는 네 차례나 지휘를 맡았다.
관악단 지휘자 박우진(보광고 음악교사)씨는 교단에서 음악 꿈나무들을 가꾸는 한편 음협 양산지부장이기도 해 이미 알만한 이들은 다 아는 우리 고장의 음악인. 일찍이 양산윈드오케스트라를 결성해 상임지휘자로 활동했고 이밖에도 통도사합창단, 양산소년ㆍ소녀합창단, 양산교사합창단을 이끌어 오면서 지역 음악의 텃밭을 일구어 옴으로써 양산지역의 음악적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이제 우리 시민들은 시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립예술단을 갖게 되었으니 이것이 남의 것이 아닌 나의 것이라 여기고 아낌없는 사랑과 관심을 갖자.
시 관계자와 지역의 영향력 있는 지도자들도 이 시립예술단을 적극 지원하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예술단이 머잖아 국악, 무용, 연극 등 무대 예술의 여러 분야를 다 아우르는 예술단이 되도록 키워나가자.
이것이 곧 우리의 문화적 자산을 늘리는 일이고 나아가 문화시민으로서의 우리의 자긍심을 곧추세우는 일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