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자기 길 찾기를 위한 사회의 학습 공간화
자기를 긍정하는 것은 동기 부여의 일차적 필요조건이다. 동기 부여를 위해 두 번째 꼭 필요한 것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학교 중퇴 청소년들이 무기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인생의 장기적 목표는 물론 단기적인 목표도 분명하지 못한데서 상당 부분 비롯된다. 물론 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피상적이고 편항적이라는 것이다. 서울시 대안교육센터에서 현장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장래의 희망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중 문화 쪽이 가장 많이 나왔고 인테리어 디자이너나 미용사, 레크레이션 강사, 스타일리스트 등의 방면으로도 상당히 높은 분포를 이룬다. 요즘 아이들의 욕망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런데 왜 아이들은 그런 쪽에 관심을 나타내는가?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는 직업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 그리고 그나마 알고 있는 직업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아는 것이 많지 않다. 위에 열거한 인기 직업들도 짐작컨대 그런 직업들에 종사하는 이들이 대중매체에서 그럴듯하게 묘사되어 그 모습에 동경하는 마음이 생겼으리라. 그러나 욕망이 곧 능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그런 겉모습 이면에 있는 힘든 과정들을 견딜 수 있는 근성이 요구되는데 아이들은 그에 대해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상적인’ 궤도를 벗어나 인생의 항로를 탐구하는 학교 중퇴 청소년을 위한 대안교육은 이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직업의 세계가 존재하는지 충분히 정보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쪽 방면으로 진출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그런데 그 정보의 제공은 딱딱한 데이터의 형식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아이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현장이 필요하다. 사실 그런 현장을 전혀 체험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학교 중퇴 청소년들은 아이바이트를 많이 하기 때문에 직업의 세계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아르바이트가 오로지 용돈 벌이의 수단으로만 의미가 있을 뿐 학습을 거의 수반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안교육에서는 그러한 아르바이트의 경험을 통해 산업과 경제의 원리를 배우고 그 안에서 자기의 능력과 가능성을 새롭게 탐색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 아르바이트 등의 경로로 접하기 어려운 훨씬 더 광활한 직업의 세계에 대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EBS 프로그램에 직업관련 프로그램들이 훌륭하게 제작되어 방영되어 왔는데, 거기에는 각 방면의 장인들이 나와서 매우 생생하게 그 직업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보여준다. 인터넷을 통해 모두 다시 볼 수 있으므로 잘 엮어내면 매우 효과적인 커리큘럼으로 개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직접 직업 현장을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매우 긴요하다. 정부에서 청소년의 직업 인턴십을 지원하고 있는데 그 인턴십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즉 자신이 어떤 분야를 확정하여 실무 경험을 쌓고 직업 능력을 개발하는 단계 이전에 현장을 탐색하는 것도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다. 일일 직업체험과 참여 관찰 같은 프로그램은 이미 선진국의 대안교육에서 활성화되어 있는 커리큘럼이다.
※ 양산지역에 처음으로 양산대안교육연구모임이 결성되었습니다.
지난 5월 20일, 27일, 6월 3일 실시한 ‘대안교육강좌’ 강의 원문을
시리즈로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