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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책과 더불어]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
사회

[책과 더불어]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4/07/03 00:00 수정 2004.07.03 00:00

 김선일 씨의 애꿎은 죽음에 이어 '파병반대'촛불시위가 온 나라 안에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다. 때 맞춰 서점에 등장한 책 한 권이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마이클 무어'의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화씨 9/11>의 원작으로 마이클 무어 특유의 풍자와 빈정거림을 통해 현 미국 지도부의 추악한 이중성을 폭로하는 책이다. 부시 행정부가 국제사회의 비판을 무릅쓰고 왜 이라크 전쟁에 돌입했는지, 그것을 위해 어떤 거짓말을 하면서 미국 국민들과 국제사회를 협박해 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거물 재력가와 총기 숭배자, 거짓말쟁이 정치가에 대한 조롱이 담겨있다.
 
 "부시를 백악관에서 쫓아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다"는 마이클 무어는 이 책에서 부시 일가와 빈 라덴 가문과의 유착관계가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를 고발하고 있다. 아버지 부시와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와의 관계도 헤집고 있다. 이 책에서 마이클 무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미국 국민들이 진정으로 평화를 누리기 위해서는 다가올 선거에서 부시의 재선을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한 상식을 뛰어넘는 선거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에서 무어는 먼저 부시를 향해 일곱 가지 질문을 던진다. 무어는 그 질문의 형식을 빌려 부시가 애써 감춰온 진실의 실체를 까발린다. 그가 부시에게 던지는 일곱 가지 질문은 이렇다.
 1. 빈 라덴 가문이 지난 25년 동안 자네 또는 자네 가족과 사업 관계를 맺어왔다는 것이 사실인가?
 2. 부시 가문과 사우디 왕가 간의 '특별한 관계'라는 것은 무엇인가?
 3. 9/11 때 미국을 공격한 사람은 아프가니스탄의 한 동굴에서 신장 투석기를 단 오사마 빈 라덴인가, 아니면 사우디의 자네 친구들인가?
 4. 9/11 직후 사우디의 한 자가용 비행기가 빈 라덴 가족을 싣고서 미국 상공을 빠져나갔네. FBI는 뭐 했나?
 5. 자넨 왜 테러리스트를 길러내는 헌법 수정조항 2조 '총을 소지할 권리'를 옹호하는가?
 6. 텍사스 주지사 재임 시 탈레반 대표가 자네 석유 및 가스회사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텍사스를 다녀간 사실을 알고 있나?
 7. 9월 11일 아침 플로리다의 한 학교 교실에서 자네 수석보좌관으로부터 '미국이 공격받고 있습니다'라고 보고를 받았을 때, 그때의 자네 얼굴 표정은 무엇을 뜻하는 것이었나?
 
 이런 질문들을 통해 무어는 부시가 아주 커다란 진실을 틀어막은 채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하나, 하나 밝혀 나간다. 그 거짓말은 지난해 3월에 저지른 이라크 침략 전쟁을 전후해 더욱 더 노골적이고 대담한 방식으로 되풀이됐다. "이라크는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 "이라크는 화학무기와 생물학 무기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다 거짓말이었다. 무어는 말한다. "화학무기나 생물학무기 같은 것은 결코 없었다. 단지 1980년대에 우리(미국)가 사담 후세인에게 주어서 그가 쿠르드족과 이란인들을 상대로 사용한 것 말고는 말이다." 사담 후세인이 오사마 빈 라덴과 연결돼 있었다는 주장도 "사담과 오사마는 불구대천의 원수였다."는 사실을 들어 이 또한 새까만 거짓말이라고 공격한다.
 그렇다면 부시는 무엇 때문에 이라크를 쳐들어갔단 말인가? 석유 말고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무어는 잘라 말한다. 무어에게 '이라크 전쟁'은 아무런 명분이 없는 '가짜 전쟁'이며, 그 전쟁을 선동한 부시는 '가짜 대통령'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인가? 무어의 말을 빌리면 우리는 "강요당하고 매수당하고 협박받은" 나라들 중의 하나다. 따라서 부시의 협박과 그 협박에 대한 굴종이 없었다면 김선일씨의 억울한 죽음도 없었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아무튼 어쭙잖게 전쟁의 수렁에 발을 들여놓은 나라의 국민으로서 마이클 무어의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를 읽어보고 무어의 말이 '맞나 안 맞나'를 찬찬히 따져볼 일이다.
 
 원제 : Dude, Where/마이클 무어 지음/ 김남섭 옮김/한겨레신문사 펴냄/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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