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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학교탐방 - 경남 외국어 고등학교] 우리는 기숙사에서 ..
사회

[학교탐방 - 경남 외국어 고등학교] 우리는 기숙사에서 생활해요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4/07/16 00:00 수정 2004.07.16 00:00
국제화, 정보화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21C의 중견 인재 양성

 우리 학교는 외국어고등학교, 보통 외고라고 부르는 특수목적고등학교다. 집 근처에서 모집하고 집에서 다닐 수 있는 다른 고등학교들과는 달리 전국에서 학생들이 오기 때문에 전원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제 기숙사 생활도 1년 반 남짓. 중학교 때 친구들이 가끔 전화해서 주말에 놀자고 할 때마다, 나는 이번에 기숙사에서 잔류하기 때문에 못 간다고 말하면 아이들은 ‘잔류’라는 생소한 단어 때문에 한 번 놀라고, ‘기숙사’라는 동경의 대상(?) 때문에 또 한 번 놀란다. 그리고 좋겠다고 한다. 친구들하고 같이 자니까 좋겠다고. 중학교 때 어쩌다 친구들이 자기 집에서 자고 가라고 하면 부모님께 전화만 해도 수십 통을 해 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잠자리를 옮겨선 안 된다는 마지막 공격에 좌절한 것이 몇 번이던가. 어쩌다 학교에서 여행을 가게 돼서 친구들과 적으면 서넛, 많으면 열댓 명 남짓하게 같이 잠들게 되면 밤새도록 킬킬대며 떠들고, 놀고. 따지고 보면 매일 학교에서 보던 아이들인데 그땐 뭐 그리 할 말이 많던지…….
 기숙사에 처음 들어올 때. 혼자 살아본 적이 없어서 뭘 들고 와야 하는지, 혼자 사는데 뭐가 필요한지도 제대로 몰랐다. 등에 진 가방에는 참고서가 가득했고, 외국에 나갈 때나 쓰는 줄 알았던 바퀴 달린 여행가방에는 옷가지 몇 개가 들어있을 뿐이었다. 방에 들어와서 같은 방에 사는 아이들을 만나고, 짐을 풀기도 전에 방이 더럽다며 수다 떨면서 청소했다. 비질 하고, 걸레로 닦고. 집에 있을 때는 청소기를 쓰니까 손도 대지 않던 빗자루에 친구들의 허둥거림 때문에 미안해서라도 손이 갔다. 처음 보는 아이들인데 왜 그렇게 정이 가던가. 수줍은 듯 웃고 있는, 나와는 다른 곳에서 살다 온 아이. 기숙사라는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기숙사에 있으면 서러울 때도 있다. 가끔 아프기라도 하면 눈물이 난다. 손수 하는 빨래에 눈물이 난다. 처음 왔을 때는 부모님 생각에 달만 봐도 눈물이 난다. 먹고 싶은 게 있는 데 그게 특별한 거면 또 눈물이 난다. 하고 싶은 컴퓨터도 못하고, 보고 싶은 드라마도 못 본다.
 하지만 그것보다 좋은 점이 더 많다. 우리 학교는 보통 3명에서 4명 정도가 한 방을 쓰는데, 밤에 누워서 눈을 감고 있으면 누군가 한 마디를 하게 되고 그러면 보통 줄줄이 한시간 정도는 이야기하게 된다. 누가 생일이라고 하면 애들끼리 몇 백원씩 모아서 매점에서 과자를 잔뜩 사서 챙겨주기도 하고 - 아무도 안 챙겨준다. 우리끼리 챙겨야지. -, 누가 아프다고 하면 같은 방 아이들이 온 사방에 약 구하러 돌아다닌다. 가끔 부모님들이 맛있는 걸 챙겨 오시면 친구들을 불러 모아서 해치우기도 한다. 다른 학교 아이들은 아침마다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나 지하철에서 샌드위치가 되지만 우리 학교는 2분이면 교실이다. 그 시간 그대로 공부하는 데 쓸 수 있다. 눈 뜰 때부터 눈감을 때까지 보다 보니 친구보다 가족 같다. 밥도 꼬박꼬박 챙겨먹는다. TV에서도 아침밥 먹자고 소리치는데, 우리는 삼시세끼 제때 챙겨먹으니 그것보다 좋은 보약이 없다.
 보통은 대학을 가서야 부모님에게서 독립한다. 대학이 가까우면 대학을 다니면서도 부모님 품속에 있는 경우도 있다. 어쩌면 우리는 부모님에게서 3년 먼저 독립해서 홀로서기를 배우는 걸지도 모른다. 3년 이른 홀로서기.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겠지만, 결국 홀로서야 한다면 조금 일찍 그것을 배우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2학년 전소영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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