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 전통춤의 알짜배기들을 한자리에 모은 한판 춤잔치가 양산의 여름밤을 들썩인다.
15일 낮 3시와 저녁 7시 30분, 두 차례 열리는 낙동7인명무전(洛東七人名舞展).
낙동강 줄기를 사이에 두고 삶을 이루어 왔던 옛 민초들의 한살이 속에서 움트고 영글어 문화를 이루고 예술로 승화되어왔던 갖가지 몸짓들… 그것이 수많은 세월을 흘러 오늘이 이르니, 이를 일러 경남의 전통춤이라 하였던가.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것에는 시가 있고, 소리가 있고, 그림이 있고, 또한 신명난 춤사위가 있으려니, 그 중에서도 어쩌면 우리네 옛 문화와 예술의 원형질을 가장 잘 드러내 보여주는 것을 춤이라 할진데, 그 춤사위들을 한자리에서 보고 즐긴다는 것은 한갓 기쁨이 아닐 수 없겠다.
"된장에 풋고추를 찍어먹는 맛이라고나 할까… 기교보다는 우리의 토속적인 멋과 맛, 맵시를 보여주는 무대가 될 것입니다." 이번 춤판을 기획한 예총 양산지부 조화자 지부장의 말이다.
"팔순이 넘도록 우리춤의 발굴과 계승을 위한 외길을 걸어오신 '양산사찰학춤'의 김덕명 선생을 비롯해 '고성 덧배기춤'의 대가 이윤석 선생 등 영남의 한다하는 춤꾼들이 다 출연하게 됩니다.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이거나 경남도 문화예술상 및 각종 훈ㆍ포장을 받은 이 시대 춤의 명인(名人)들이시죠. 우리 경남지역에서 활동 중인 우리춤 명인들의 작품을 한데 묶어 춤판을 벌인다는 것은 향토 전통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계승ㆍ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참으로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북부동 '양산문화원'에서의 오랜 곁방살이를 마감하고 최근 '양산문화예술회관' 3층에 새둥지를 튼 예총사무실에서 만난 조 지부장의 얼굴이 더 없이 밝다.
"그래도 아직 전용연습실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쉬운 일입니다. 사무실을 마땅히 있어야 할 제자리에 옮겨놓았으니 이제부터는 전용연습실을 확보하는 일에 매달려야지요."
하기야 무대예술인들에게 연습공간이 없다는 것은 더할 나위없는 서러움일 터. 그러나 양산 문화ㆍ예술계의 여장부 조화자 지부장의 뚝심은 머잖아 이 꿈도 실현해 내고야 말 것만 같다.
"이번 춤판은 제가 한 10여 년 전부터 꿈꾸어왔던 일입니다. 마침내 꿈이 실현될 날이 눈앞에 다가오고 보니 마음이 한껏 뿌듯하군요. 올해를 기점으로 앞으로 해마다 낙동7인명무전을 연중행사로 개최할 생각입니다. 특히 이번 춤판에는 여느 때와는 달리 악사가 10명 정도 초청되는데 우리의 전통 악기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드문 기회입니다. 정말 공연다운 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조화자 지부장이 계획하고 있는 올해 행사 일정이 팍팍하다. 당장은 8월 19일부터 나흘간 신기초등학교 강당에서 가질 '제2회 진도북춤연수회'가 기다리고 있다. 이 행사는 지난해에 이은 두 번째 행사.
또 9월 5일에는 '전국국악무용예술제'를 펼치게 되는데 문광부장관상과 경남도지사상이 걸려있는 이 대회의 입상자에게는 고등학교와 대학 입학의 특례가 주어진다고.
10월에 열릴 '삽량문화제'에도 출연해야 하고 양산지역 주부들을 위한 공연계획도 잡혀있다. 특히 주부들에게 국악과 무용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여 그들의 숨겨진 '끼'와 '잠재력'에 불을 지쳐줌으로써 양산 전통예술의 저변을 넓히겠다는 것도 조 지부장의 야심찬 꿈이다.
"우리 음악만큼 한 작품과 한 사람이 한 몸이 되어 있는 예를 찾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곧 그 춤에 그 사람입니다. 사람 품새가 춤 속에 삭혀있어 그의 인생 역정과 삶의 깊이를 곰곰이 헤아려 보게 하지요."
조화자 지부장은 총 출연진이 60명에 이르는 이번 무대에서 선보일 춤사위들을 일러 춤의 명인들이 풀어놓는 '명장'이고 '명품'이라고 말한다.
양산사찰학춤의 대가 김덕명 옹을 비롯해 국가무형문화재 68호인 밀양백중놀이 예능보유자 박동영 춤꾼이 밀양오북춤을 선보이는 등 이른바 경남지역 춤의 명인으로 꼽히는 7인이 일곱 가지의 춤으로 양산 춤판을 달구게 될 이번 춤잔치마당에는, 양산사찰학춤(김덕명 등 5명), 밀양오북춤(박동영 등 10명) 외에 영남산조(이필이), 살풀이춤(김원화), 덧배기춤(이윤석), 우리춤 자태(정양자), 입춤(조화자) 등이 펼쳐진다. 이밖에도 통영오광대(김홍종)와 양산문화원 예술단의 연등바라춤도 무대에 오른다.
질 높은 공연감상을 위해 초등학교 3학년 이하 어린이의 입장을 사절한다니 이 점을 유념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