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교육의 공공성과 대안교육
대안교육이 공교육을 위협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의 시각이 있다. 그러나 생각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시대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능력을 기존의 제도 교육이 모두 책임질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은 하나의 직업이나 직장에 머물지 않고 여러 일자리와 일거리를 유목민처럼 전전할 것이다. 거기에서 필요한 것은 정규교육을 통해 체득하는 표준화된 지식이 아니다. 한편으로는 무슨 일을 하든 그리고 한 시민으로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기초적인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유동적인 상황에서 살아남고 새롭게 주어지는 일들을 소화하여 자기의 생계로 만들어내는 다면적인 적응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학교는 ‘수준 높은 기초 교육’에 충실해야 한다. 여기에서 ‘수준이 높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아니라 매우 근본적인 원리를 알기 쉽게 전달하여 이해시킴으로써 사물의 여러 현상을 통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말한다. 학교가 제공하는 기초 교육의 수준을 높일 때 사교육의 과중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그리고 학교가 제공할 수 없는 다양한 학습 요구는 사회 학습 자원을 개발함으로써 해결해가야 한다. 사회 전반에 학습의 공간을 확장해갈 때 학교는 청소년의 모든 교육을 책임져야 하는 과중한 부담에서 벗어나 본연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다. 그 기능에는 학생들이 사회에서 배움을 실현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하고 조언하는 길잡이 역할이 새롭게 추가되어야 한다.
세계를 놀라게 하는 한국의 교육열, 그 정체는 무엇인가. 그 열기의 주체는 누구인가. 생각해 보면 한국의 교육열은 부모들의 교육열이었다. 학생이나 교사의 교육열은 그다지 뜨겁지 않았고 사회나 정책 당국의 열기는 더욱 없었다. 대안교육의 궁극적인 지향은 그러한 온도차를 줄이는 것이다. 자기 자녀에 대한 사적인 열기를 시민으로서의 교육적 관심과 의지로 바꿔내는 것이 그 핵심이다. 그렇게 해서 사회가 성숙한 배움의 공간이 될 때 교육의 공공재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고 따라서 경제력으로 인한 학력의 차이를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대안교육은 제도교육의 부정적 결과들을 보완하는 차원에 머물지 않고 교육의 판(패러다임)을 새롭게 짜는 작업으로 이어질 것이다. 교육의 공공성을 재건함으로써 학교 중퇴 청소년들에게 자기 형성의 공간이 널리 열릴 수 있다. 또는 그 청소년들의 존재는 교육의 공공성을 되묻고 바로 세우는 작업의 단초가 될 수 있다.
※ 양산지역에 처음으로 양산대안교육연구모임이 결성되었습니다.
지난 5월 20일, 27일, 6월 3일 실시한 ‘대안교육강좌’ 강의 원문을
시리즈로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