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 양산구간인 13-4공구의 공사를 둘러싸고 환경단체와 시공사간에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고, 이와 관련 지율스님이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공사강행 입장을 보이자 환경단체와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앞서 12일 열린 ‘도룡뇽소송’ 항고심 2차심리에서 재판부는 피고 측(한국고속철도공단)에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의 공사 중지를 권고했고, 원고 측(지율스님)에는 극단적인 문제해결 방식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한바 있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지난 9일 현장사무소에서 현장개소식과 함께 안전기원제를 갖고 본격적인 고속철도 공사에 들어간다는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반발을 촉발했다.
이에 대해 양산시 동면 개곡마을 주민들과 고속철도 천성산 관통저지 전국대책위, 부산청년환경센터 등은 현대건설의 공사강행에 대해 ‘현대건설이 법원의 권고사항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공사를 하고 있다’며 공사현장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14일 오전 양산시 동면 개곡마을 주민들은 공사를 강행하려는 현대건설 측과 맞서 경운기로 길을 막고 공사저지실력행사를 벌이다 집중호우 때문에 일단 철수, 몸싸움은 일어나지 않았다. 마을주민들은 재판부가 재판기간동안 공사중지를 권고했으나 고속철도공단과 현대건설이 이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고, 고속철도 터널이 마을과 불과 50여 미터 떨어져 있어 고속철 통과 때 발생할 소음과 진동으로 가축의 집단폐사와 가옥균열 등 마을 전체 생존권이 위협당하고 있지만 뚜렷한 피해대비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웅상읍 덕계리 장흥마을 주민들도 먼지와 소음 피해를 우려해 이 구간의 터널공사를 위한 공사용 차량의 마을도로 진입을 반대하고 있어 양측 간의 대립이 첨예하다.
이에 대해 고속철도공단과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미 1차 재판 때 승소,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고 이번 재판부의 권고는 강제성 없이 재판장이 양쪽 모두에게 자제를 요청한 것에 불과해 공사를 중단할 이유가 없다”면서 “지금껏 공사 중단으로 입은 피해액이 엄청나 공사진행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공사를 저지하려는 주민과 건설사측이 뚜렷한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있어 향후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청와대 앞에서 지난 6월30일부터 단식농성을 계속해오고 있는 지율스님이 전경과 몸싸움을 하는 도중에 떠밀려 실신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전투경찰이 지난 17일 오후 1시경 관광버스를 타고 온 부산 ‘도롱뇽의 친구들’ 회원들의 청와대 앞 하차를 막는 과정에서, 이를 항의하던 지율 스님이 전경들에게 떠밀리면서 기력을 잃고 실신을 했다. 이때 스님은 다리 등에 찰과상을 입었다.
지율 스님은 “작년 5월부터 집안에서 잔 날이 2일 밖에 안 되는 사람이 나”라며 “(대통령을)탄핵하러 오는 것도 아닌데 청와대가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자리에서 ‘도롱뇽의 친구들’ 회원들은 “스님 절대 포기하시지 마세요”라며 지율 스님을 격려했다.
이후 지율 스님과 회원들은 오후 3시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리는 서울-수도권 '도롱뇽의 친구들'의 제2회 ’도롱뇽의 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대학로로 자리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