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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교단일기] 기도
사회

[교단일기] 기도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4/07/24 00:00 수정 2004.07.24 00:00

 나의 기도는 늘 한 가지만 되풀이된다.
 "그들과 나는 아직도 미성숙한 존재이며, 그들이 살아서 내 곁에 숨 쉴 수 있음을 감사히 여기던 마음을 잊지 않도록 하소서."
 이런 기도가 내 마음 속에 자리를 잡은 것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교직 생활이 그리 길지 않은 6년차이지만 그전까지는 학생들에 대한 나의 교육관은 막연하기만 하였으며 그로 인해 나도 학생들도 무척 힘들었다. 어느 날 나는 남자 중학교에 갑작스레 발령을 받았고 중학교 시절을 그냥 무난히 보낸 나에게 그들의 행동은 이해되지 않는 것이 많았다. 소위 학교에서 혹은 교사가?시키는 대로?하지 않는 것은 초보 교사인 나에게는 무척 당황스럽고 스트레스였다. '중학생 정도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시킨 일인데도 못하다니!'하며 못해내는 아이들을 꾸중하기만 했다. 그러니 아이들과 나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고 나이차가 그다지 많지 않음에도 녀석들과 나는 거리를 두고 지내곤 했다.
 그러다 두 번의 사건(?)으로 나는 아이들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첫 번째 사건은 출산과 육아였다. 나는 젊은 나이에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수개월 휴직을 하였다. 임신과 출산의 경험은 학부모님들이 자녀에 대한 마음이 어떠할 것인가를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육아 역시 학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지만 아이들은 미성숙한 존재라는 것을 이해하고 미성숙함을 채워가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내 소임임을 깨닫게 하였다. 그리고 나 역시 인생에 있어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함을 깨닫게 해 주었다.
 복직하고 얼마 되지 않아 처음 3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야단칠 때도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꾸짖으며 책망하기보다는 왜 그 행동이 잘못되었는지, 부모님은 그로 인해 왜 마음이 아프실지 알게 해 주려고 애쓰는 내 모습이 보였다. 그런 내 마음이 아이들에게 전해졌는지 아이들과 나와의 거리는 이전 학생들보다 훨씬 가까워졌다.
 그러던 중 아이들과 내가 더욱 가까워진 것은 우리 반 아이가 갑작스레 어처구니없게 화재로 우리 곁을 떠나게 되면서부터였다. 아이들도 나도 어제까지 이야기 주고받던 아이가 그렇게 허무하게 떠날 줄은 아무도 몰랐고 그런 일은 처음 경험하였다. '죽음'이라는 것이 우리의 곁에 그렇게 가까이 있음을 우리 모두 그때 새삼 깨달았던 것이다. 그러니 우리반은 구성원 모두 자기 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절감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사건은 나에게 많은 변화를 주었다.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가 소중하였고 나와 관련 없던 사람들도 소중하게 여겨졌다. 특히 내가 가르치는 학생이 내 옆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교단에 서면서 제자를 잃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 일이 내게 올 거라는 것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1년이 지난 지금도 매월 그 날이 다가오면 나는 눈물이 난다.
 이 사건으로 나는 내게 주어진 삶과 나와 관련 없는 사람들의 삶까지를 두루 소중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우리반 아이들도 자기 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절감하게 되었으며 인생에 대해 좀더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아무쪼록 저 세상에서는 봄날 찍었던 사진 속의 환한 미소처럼 그 아이에게 더 이상의 고통도 없었으면 한다.
 


조혜영 양산중앙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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