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는 소아마비 장애아입니다. 2학년이지만 요번 주는 오후반이라 공부가 끝나면 6학년 형들도 다 돌아간 뒤입니다.
친구들도 선생님도 모두 돌아간 텅 빈 학교에서 동구는 엄마를 기다리다 두 팔로 들기름 냄새를 온몸에 묻힌 채 복도 끝 현관까지 기어갑니다. 아무도 없는 운동장을 바라보며 엄마가 오면 등을 막 꼬집어 줄거라 마음 먹습니다. 그 때 이웃동네에 사는 영석이가 동구를 보고는 혼자 집에 가기가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 발걸음을 무겁게 떼어 놓으며 갑니다. 해는 이미 뉘엿뉘엿 산 위로 넘어가고 두 눈에 눈물이 맺혀 있는 동구 앞에 영석이가 다시와 동구에게 등을 보이며 어서 업히라고 하는데......
<괜찮아>는 30여 년 전의 엄마, 아빠들이 어린 시절을 보낸 바로 그 동네, 풍족하진 않았지만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던, 모두들 그러하였기에 부족함을 모르던 그 때의 모습들이 이야기와 함께 그림 속에 녹아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책입니다.
늘 “......괜찮아”라고 하는 아이 동구는 바로 이 책을 지으신 고정욱님의 어릴 적 모습이라 합니다. 혼자 힘으론 한 걸음도 걸을 수 없는 장애인 친구를 땀을 뻘뻘 흘리면서 집까지 업어다 준 그 친구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정말 궁금하지요?
............
마침내 언덕을 올라 널마당에 이른 영석이가 동구를 업은 채 쓰러지듯 앉았습니다. 한참 만에 동구가 입을 열었습니다.
“넌 같은 반도 아닌데 왜 날 여기까지 힘들게 업고 왔니?”“너 혼자 학교에 남아 있었잖아. 쓸쓸하게......”
“쓸쓸한 건,,,,,, 나쁜거야” 동구는 그 말을 하는 영석이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걸 보았습니다. -본문중에서-
우리 주위에 동구처럼 신체적 장애를 가진 친구나 영석이처럼 마음에 큰 아픔을 가진 c친구가 있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라는 물음을 아이나 어른 모두에게 스스로 던져보게 하는 책입니다.
엄마를 막 꼬집어 주리라던 동구의 마음의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가족의 소중함, 내가 가진 모든 것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아이와 함께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며 아이들의 순수함속에 묻어나는 어른스러움의 일면도 느껴보고, 그림 속에서 엄마ㆍ아빠의 어릴 적 모습을 찾아 추억 여행을 떠나봄은 어떨까요?
※ 고정욱님의 다른 책 ‘웅지는 내 친구’ ‘가방 들어주는 아이’ ‘큰일났다. 똥이 마려워’ ‘아주 특별한 우리형’ ‘딱 한가지 아름다운 소원’
글: 고정욱, 그림: 최호철
-낮은산-
배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