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달막한 체구에 작은 눈이 반짝반짝 빛나던 깜상인게 남구가 지 아배를 꼭 빼닮았는데 그 남구 아배가 호래~이를 잘 잡았지. 작은 형님이 쑥대를 잘라와 피워 놓은 모깃불에 막대기를 질러 연기를 솟구치게 하면서 동그랗게 둘러앉은 조카들 사이에서 보따리를 하나 풀었다. / 재 너머 백화산에 지게 우에 삼껍데기로 질게 꼰 새끼하고 참지름 잔뜩 바른 까만 염소 새끼 한 마리를 묶어지고 가는 거야.
“염소한테 참기름은 왜 발라요? 구워먹게요?”/ “아니 그냥 들어봐. 호래~이를 잡으려면 그렇게 해야 하는 거야.”/ 재 너머 보문 우에 있는 넓은 풀밭 가운데 참지름 잔뜩 바른 새끼 염소를 질따란 삼끈에 묶어 놓고 저만치 멀리 숨어서 지달리는 거야. 그러면 황소만한 여산대호가 어슬렁어슬렁 내려오거든. / 새끼 염소는 그냥 오돌돌 떨기만 하고 커다란 호래~이가 입을 떡 벌려서 염소 새끼를 한 입에 꿀꺽. 그런데 새끼 염소한테 참지름 많이 발라나서 그만 밑으로 쑥~ 삼끈에 호래~이 한 마리 꿰어놨지. / 또 한 놈이 어슬렁~ 내려와서 꿀~꺽. 또 한 놈이 어슬렁~ 꿀꺽. 어슬렁 꿀꺽. 꿀꺽. 꿀꺽. 꿀꺽. 꿀꺽… / 그래서 열두 마리를 한 꿰미에 꿰어 잡았데. 남구 아배가. // 은하수가 기울고 깜상인 조그만 체구의 남구가 소꼬리를 잡고 총총한 밤하늘 속 은하수를 가로질러 헤엄쳐 간다. 개헤엄을 쳐서 따라 건너는 은하수 저편 언덕엔 껑충한 키에 흰 모시중의적삼 차림으로 사랑에서 웃으시던 선친 탁 트인 웃음소리가 연기처럼 퍼진다. / 애들은 모두 거실로 들어가 텔레비전 앞에 모였고 안사람들은 제상 준비로 분주한데 칠남매와 자형들 모깃불 연기가 새삼스런 큰형님집 넓은 마당에 앉았다. // 모두들 맨날 바쁘지. 돈이사 옛날보다야 얼마나 많이들 버나. 하지만 돈에 쫓기기사 요새가 백배는 더하지. / 옛날엔 다 없었응께. 당연히 없는 거고. 구할래야 구할 수도 없었고. / 일만 하시는 큰형님이 모처럼 한 마디 거든다. / 나도 언제 이제는 사라진 재 너머 가는 길 올라가 호래~이나 한 마리 잡아 볼까. 미장일이 줄어 기운이 나지 않는 작은 형님이 한숨처럼 하늘을 올려다본다. // 길게 떨어지는 유성에 꿰어 웃고 있는 열두 마리 호래~이가 마당에 꿰미 째 훌러덩 떨어진다.
졸시(拙詩) <호래~이가 열두 마리> 전문
제사 끝나고 어른들은 음복하고 새로 차려내어 온 상을 받아 고춧가루 없는 탕국에 흰밥을 먹고 안사람들은 이것저것 많이 섞어 비빔밥을 만들어 나누어 먹었다.
“전에 학교 수업 끝나고 오는데 저만큼 앞서서 아버지가 나락을 한 짐 가득 지고 가시다가 지게를 받쳐 세우시더니 길바닥에 떨어져 있던 나락이삭 하나를 주워 지게 짐에 꽂잖아. 그래서 ‘아버지, 나락 이삭 하나 때문에 힘들게 지게 세웠어요. 1원어치도 안 될 것 같은데.’했더니 ‘돈이 문제냐. 농사꾼이 길가에 떨어진 나락 이삭 보고 그냥 가면 벌 받는다.’하시더라고.”
“밥 다 드시고 반드시 밥그릇 숭늉에 헹구어 드셨잖아. 스님처럼. 농사꾼이 밥풀 하나라도 허투루 버리면 벌 받는다고.”
“아버지, 글 읽으시던 소리 참 좋았는데. 녹음이라도 해 둘걸 그랬어.”
“어머니가 우리 겁주는 제일 무서운 말이 ‘아버지 아신다.’하는 말이었잖아. 아버지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매 댄 일 없었는데.”
그랬다. 댓돌에 아버지 흰 고무신이 놓여 있으면 밟지 않으려고 조심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