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더위를 피하려고 다들 산으로 바다로 혹은 에어컨이 있는 곳을 찾지만, 어딜 가나 덥기는 마찬가지다. 언론에서 '폭염', '찜통더위', '최고치경신'이란 표현들을 날마다 쓰고 있어 사람들은 더욱 더위를 느끼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런 무더위 속에서도 ‘이까짓 더위쯤이야 아랑곳없다’는 듯 묵묵히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상쾌하게 하고 있다. 그들은 바로 식사배달을 하고 있는 자원 봉사자들이다. 그것도 어느 때 잠깐 하고 마는 ‘반짝봉사’가 아니고 매일매일 하루도 그르지 않고 제 시간 맞춰 도시락을 전달한다.
필자와 가끔씩 마주치는 차량, 처음에는 무심코 지나쳤는데, 하루는 이마에 땀을 훔치면서 도시락 2개를 들고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마침 같은 방향이라 몇 걸음 뒤처져서 따라 가보니 바로 옆집 장애인 노부부 집으로 들어갔다. 잠시 기다리다 빈 도시락을 들고 나오는 자원 봉사자의 어깨에는 가벼운 듯, 무거운 듯, 쉽게 그 무게를 가늠할 수 없는 사랑의 무지개가 걸려 있었다. 비록 덥지만 참된 봉사야 말로 이 무더운 여름날을 이기는 청량제가 아닐까?
내 이웃 할머니, 할아버지의 어려움을 모르고 지냈다는 게 부끄러움으로 다가왔다. 한나절 햇살이 내리쬐는 도심의 거리 속으로 사라져 가는 자원 봉사자의 뒷모습이 이 여름날에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황귀남/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