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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발길 뚝 끊긴 재래시장, '적막강산'..
사회

발길 뚝 끊긴 재래시장, '적막강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4/08/13 00:00 수정 2004.08.13 00:00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은 다 죽으란 말이가?", "살아갈 생각하니 입맛도 떨어져…"

 대기업의 대형마트 개점에 따른 지역 소상인들의 경영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3일 이마트 개장으로 이마트 객장은 몰려든 수만 명에 이르는 고객으로 북새통을 이루었고 주변 양산신도시 1단계 구간이 고객들의 차량으로 교통대란을 치렀다.
 반면, 이마트 인근에 위치한 재래시장인 남부시장과 근처 의류 및 신발 판매점 등 생필품 소매점은 이날 하루 종일 고객의 발길이 끊겨 한산하기 이를 데 없었다.
 본사 취재팀은 이마트 개점 첫날인 3일에 이어 5일장 장날인 6일과 일요일인 8일에 남부시장을 들러 시름에 젖어있는 시장 상인들을 만나봤다.

 2층 건물에 300여 점포가 입주해 생활 전반에 필요한 각종 생필품을 팔아왔던 남부시장은 날마다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따라서 남부시장은 웅상읍을 제외한 동면, 물금읍, 원동면, 상ㆍ하북면민을 비롯한 중앙, 강서, 남부동 주민 15만여 명과 각 산단업체 종사자 등이 즐겨 이용하던 양산지역의 소비활동 중심지였다. 아울러 양산터미널을 중심으로 한 교통 환승지역으로 언제 어느 때나 오가는 인파로 붐비는 인구 집중지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양산신도시 조성으로 대형아파트 단지가 대거 들어지고 IMF 여파로 대도시에 있던 중소기업들이 양산으로 이전함으로써 양산지역의 인구 및 산업체 증가로 인해 지역 상권이 대형화, 도시화되면서 이 지역이 하루가 다르게 변모해 왔다.
 이에 따라서 27년 전통의 재래시장인 남부시장과 날짜의 끝자리수가 1일과 6일에 서는 5일장 규모도 날로 확대되면서 양산시민들의 소비경제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그러나 이처럼 서민들과 애환을 같이해 왔던 남부시장이 신도시중심부에 위치한 대형할인마트의 등장으로 최대 존폐의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이마트가 개장하던 날인 지난 3일,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남부시장은 시장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적막감에 젖어 있었다. 만나는 상인들마다 한숨이요, 푸념이었다.
 매일 남부시장에서 좌판을 펼치고 7년째 채소 장사를 해오고 있다는 이아무개(57ㆍ남)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며 앞으로 살아갈 일을 고민하는 바람에 밥맛도 잃어버렸다며 "이게 어디 돈 있고 빽있는 사람만 살 수 있는 세상이지 우리 같은 서민들이 살 세상이냐"며 탄식했다.
 
 장날인 6일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날, 호객을 위해 소리치던 노점상인들의 그 활기는 다 어디로 갔는지? 인파를 피해 이손으로 저손으로 장바구니를 바꿔 들어야만 했던 장날의 혼잡과 사고파는 사람들의 외침 속에서 삶의 의욕을 다잡을 수 있었던 기억은 이제 저만치 추억으로만 간직해야만 할지.
 다닥다닥 붙은 좌판에 과일이며 야채, 콩, 마늘 등을 오밀조밀 바구니에 담아놓고 소박하고 감칠맛 나게 손님들을 기다리는 정겨운 모습을 이제는 더 이상 보기 어렵게 되었단 말인가?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 휑뎅그렁한 장판을 거닐다 보니 어느새 장바닥에는 어둠살이 끼어들고 있었다.
 남부시장 중심로에서 4년째 건어물, 오뎅 등 식재료 등을 취급하는 식품점을 운영해 오고 있다는 박아무개씨(34ㆍ여)는 "대형마트 개장 이후 손님이 뚝 끊겼어요. 장날인데도 이렇게 손님이 없기는 처음입니다. 연세 드신 어르신들만 습관적으로 시장나들이를 합니다"며 예전처럼 젊은 사람들, 특히 어린아이 손을 잡은 엄마들은 전혀 보이지를 않는다며 업종전환을 위해 상가를 내놓았지만 문의하는 사람도 없다고 푸념했다.
 
 일요일인 8일의 남부시장은 더욱 더 한산해 상인들이 내뿜는 한숨소리와 수심에 찬 얼굴로 시장 곳곳이 일순간 회색도시가 되어가고 있는 듯 보였다면 기자의 과민 탓이었을까?
 지난 30여 년 동안 시장에서 콩나물, 야채 등을 취급하면서 장사를 해왔다는 윤아무개(71ㆍ여) 할머니는 "마트를 없앨 수도 없다 카이 이 시장을 누가 사서 마트같이 하면 어떨까 싶네. 오늘은 오백원, 천원짜리 손님 하나 없다 앙이가, 이 일을 우짜꼬?"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때 "할매, 호박이파리 받을랑교?"라며 한 도매상 아주머니가 우리들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따, 손님이 있어야 물건을 받제"라며 손사래 치는 할머니의 어깨를 버겁기만한 삶의 무게가 무겁게 짓누르는 것 같았다.
 현재 양산시장번영회 일을 맡아 상인들의 애환을 보듬고 있는 정문조 회장은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빈 점포가 생겨나다가 지금은 30% 정도가 비어 있다.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여러모로 고민하고 대안을 찾고 있지만 관리비도 못내는 영세상인들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며 착잡한 마음을 전했다. 또, "상품의 품질, 저가공세, 편리한 주차, 쾌적한 환경 등을 내 걸고 고객유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들어선 대형마트로 인해 상대적으로 시장 환경은 더욱더 열악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정 회장은 "앞으로 주차장 확보에 우선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27년 된 상가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상인들에게 교육 및 견학을 통해 선진 경영을 배워서 도입하는 한편, 상품의 질을 높여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을 찾고 시장 환경 개선에 노력하는 등 다각도로 고민하여 고객들 발길을 붙잡도록 추진할 계획"이라며 무엇보다도 상인들의 의욕이 중요하며, 주변상가들이 상부상조해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길이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전영준 ㆍ 박미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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