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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기행문] 가족과 함께 떠난 호남기행..
사회

[기행문] 가족과 함께 떠난 호남기행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4/08/13 00:00 수정 2004.08.13 00:00

 "지난날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희생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만큼이나 민주화된 세상이 되었다고 아빠는 말씀하셨다."
 
 1. 19번 국도

 8월 2일 새벽, 몇 년 만에 떠나는 가족여행이 시작되었다. 아빠께서 거의 한 달을 인터넷 속을 뒤져서 얻은 특별한 코스라 기대가 적지 않았다. 부은 눈을 비비면서 동생과 잡담을 하는 동안 차는 어느새 하동을 지나 섬진강을 따라가는 19번 국도를 달리고 있었다. 도로가에 드리워진 가로수의 시원스런 그늘과 섬진강의 청순한 강줄기를 따라 가는 이 국도가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아름다운 길이라는 아빠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섬진강을 가로질러 이어주는 큰 다리 위에서 사진들을 찍고 강 쪽을 바라보니까 구례에서 하동까지가 다 보였다. 시원한 강바람이 불고 강물 또한 엄청 맑았다. 산줄기를 따라 흐르는 저 강이 자랑스럽게 흐르는 것을 보니 한때의 지역감정을 이 섬진강이 잔잔하게 만든 것 같았다.
 시원한 섬진강 주변의 영호남이 만나는 화개장터에서 인심 좋아 보이는 아줌마가 내주는 비빔밥과 재첩국을 먹고 시골 장터의 따가운 햇빛과 북적이는 사람들, 그리고 장터사람들의 걸쭉한 고함소리와 생기를 뒤로 한 채, 지리산 노고단을 행했다.
 
 2. 지리산노고단 과 남원 광한루

 차가 막혀서 기다리는데 고생을 좀 했지만 노고단을 오르는 길이 시원해서 좋았다. 노고단 휴게소 옆에 설치된 망원경을 통해본 지리산 자락의 푸른 허리와 건강한 여름의 색깔을 통해 국토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내려오면서 잠시 들린 계곡에서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혔다. 그러나 바위 위에 누군가 쏟아 부은 흰 우유가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였다. “한사람이 실수해서 저렇게 모두가 피해를 보는거다”라고 아빠가 말씀하셨다. 이기적인 한사람의 실수가 공동의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교과서에서 배운다고 되는 게 아니라 이렇게 보고 느끼는 게 진짜 공부라고 생각하였다.
 초등학교 수학여행으로 와본 적이 있는 남원은 춘향이의 지조와 이몽룡의 사랑으로 유명한곳이다. ‘춘향의 집’에 있는 옛사람의 정취가 있는 동전 던지는 연못, 부엌과 사랑방 그리고 화장실까지 보며 옛 선조들은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한눈에 다 볼 수 있게 있어서 좋았다. 연못의 예쁜 잉어들이 사료를 먹고 자라서 그런지 살이 엄청 쪄서 잘 헤엄치지도 못했다. 야생의 모습을 잃어 가는 것 같아서 좀 안쓰러웠다. 소나기가 내리는 바람에 호텔로 돌아와서 라면을 끓여 먹는 일탈의 즐거움(?)과 함께 피곤하지만 배운 것이 많았던 하루의 여정을 마쳤다.
 
 3. 대마무 공원 과 5.18 민중항쟁

 다음 날, 죽공예품으로 유명한 담양으로 출발하였다. 전날의 아름다운 19번 국도와 대별되는 국토 최악의 88고속도로를 타고 담양의 대나무박물관으로 갔다. 대나무로 만든 그네며 흔들이며 각종 기구, 그리고 여러 전시물들을 둘러보고 기념품 가게에서 한 사람이 한 개씩의 죽공예품을 사고, 인근의 대나무 테마공원으로 갔다. 대나무 공원에는 정말 대나무들이 많았다. 죽림욕을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은 참으로 기발한 아이디어로 담양관광에 썩 어울린다고 생각되었다.
 깔끔한 대나무의 고장을 뒤로하고 우리는 광주에 도착했다. 광주5.18 국립묘지에서 참배를 하고 사진 전시실에서 당시의 희생자들의 모습과 신문의 사진들을 보았다. 사회 책에서 배운 5.18항쟁의 모습 보다 훨씬 끔찍하고 실감난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지난날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희생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만큼이나 민주화된 세상이 되었다고 아빠는 말씀하셨다. ‘잃어버린 역사를 기억해내지 않으면 다시 되풀이 된다’는 표어가 가슴 속에 깊이 새겨졌다.
 
 4. 갯벌의 생명들과 순박한 갯가 사람들

 아빠가 구상한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5,18코스를 거쳐 TV선전에 자주 등장하는 보성의 녹차 밭을 지나고 율포해수욕장에 도착하였다. 해운대처럼 흰 모래가 깔려 있고 수영할 수 있는 그런 바다인줄 알았는데 그곳은 바닷가 마을에 갯벌이 있고 바닷물은 저 멀리 있는 그런 바다였다. 갯벌을 지나가다 보면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뚫어져 작은 바다생물들이 숨을 쉬는 생명의 바다였다. 깨끗한 갯벌 속에서 작은 방게도 보고 갯지렁이도 보면서 갯벌을 살려야 한다는 다큐멘터리를 기억하였다. 개발의 논리 속에 빠진 생명의 문제를 다룬 것 같았는데 자세히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저녁으로 먹은 신선한 회와 매운탕, 그리고 민박집에서의 모기와 밤새 내리는 갯가의 소낙비 소리, 갯가 사람들의 순박하고 착한 모습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리라.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 속에서 국토의 아름다움과 생태와 생명문제의 근원이 모두 우리 인간에게 있음을 새삼 느끼고 배운 것과 특히 가족끼리 더 친해진 것에 감사하며, 앞으로 좀더 자주 여행을 가거나 우리가족 끼리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다희 / 남부고등학교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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