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휴가기간에 방송에서 PPA(phenylpropanolamine)의 부작용에 대한 논란이 일고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가 흔히 쉽게 먹을 수 있는 감기약의 주성분이기에 같이 TV를 보던 가족, 친척들이 혹시 자기들이 먹었던 성분이 아닌지 궁금해했다. 특히 고혈압 약을 복용하시는 어머님은 모 회사의 ‘ㅋㅌ 600’을 자주 드셨기에 뇌출혈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는 것 아니냐며 걱정을 많이 하셨다. 이 약은 지속적으로 복용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고 부작용은 복용 시에 바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씀 드렸더니 안심하셨다. 물론 앞으론 드시지 않겠다고 하시면서 이렇게 무서운 부작용을 가진 약이 우리 주변에 아주 가까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무척 놀라워했다.
필자가 처음 PPA의 부작용에 대해서 알게된 것은 이미 여러 해 전인 것 같다. 우연히 의학 잡지를 보던 중에 PPA의 위험성에 대해서 실려 있었다. 당시에는 그냥 보고 넘겼으나 2002년 2월호 대한내과학회지의 의학강좌편에 ‘겨울철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의 감별 진단 및 처방례’ 란 제목으로 비염치료제로 항히스타민제를 주로 소개하면서 ‘경구용으로는 pseudoephedrine(슈도에페드린)이 무난하다. 같은 효능의 phenylpropanolamine은 뇌출혈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라고 적혀 있었다. 2년 6개월 전에 이미 뇌출혈의 위험성 때문에 사용중지를 권고했었는데 이제야 공론화 되니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어떤 분들은 하지만 실제 확률적으로는 뇌출혈 가능성이 낮지 않느냐며 현재 논란이 있는 것 보다 덜 심각할 것 같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의료에서 부작용이 몇 % 라고 했을 때 그 수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소비용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불량품률이 몇 % 다 하더라도 불량품은 판매하지 않으면 되지만, 의료에서 0.01%의 부작용이라도 나에게 그 부작용이 생긴다면 그건 100%의 부작용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콧물 감기약 먹고 뇌출혈이 생겼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다. 현재 PPA의 대체 약물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슈도에페드린 제재도 같은 부작용에 대한 논란이 어느 정도 있다고 해서 걱정이 되나 아직까지는 괜찮은 것 같다.
십 수년 전 의과대학 시절에 약리학 첫 강의 시간에 교수님께서 "모든 약은 독(毒)이다"라고 하셨다. 그때 당시 그냥 듣고 넘겼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하찮은 나무토막도 장인의 손을 거치면 훌륭한 작품이 되듯이 약이란 처방하는 의사, 약사에 따라 환자의 아픈 곳을 낫게 해주는 명약이 될 수도 있고 고통을 주는 독약이 될 수도 있다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깊은 뜻을 담고 있는 명언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명약을 처방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