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불볕더위의 기세가 여전하지만, 절기는 입추를 거쳐 말복을 지나 곧 처서(23일)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면 더위도 어쩔 수 없이 그 기세를 한풀 꺾으리라. 누가 뭐래도 지금은 여름의 끝자락이다. 삼라만상은 바야흐로 가을의 풍성한 열매를 거두기 위해 마지막 안간힘을 쏟고 있는 때니, 우리도 독서로 마음을 살찌워 볼 일이다. 이즈음에 보기 알맞을 듯한 좋은 책 4권을 권한다.
[홀로 사는 즐거움]
법정 스님 지음
209쪽 / 9,800원
샘터 펴냄
《오두막 편지》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법정 스님의 신작 산문집.
법정 스님은 얼마 전에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와 길상사의 회주 등 모든 직함을 벗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삶과 침묵을 선언했다. 존재에 대한 성찰을 위해 끝없이 정진하는 진정한 수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이 책은 홀로 사는 즐거움을 말하지만 결국 홀로 있는 것은 함께 있는 것임을 설파하는 책이다.
현대인들의 고립감은 스님이 보기에는 넘침에서 오는 것이다. 가지고 있는 것들에 시간과 기운을 빼앗겨 차분히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어 생기는 것. 온전히 자신을 느끼지 못하니 당연히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없고, 결국 지친 자신 안에 갇히는 결과를 낳게 된다.
스님은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고, '지금 이렇게 살고 있음'을 순간순간 자각하길 권한다. 순간들이 쌓여 한 생애를 이루는 것이니, '한결같이, 꾸준히, 즐겁게' 순간의 삶을 누리라는 것이다.
[내 영혼의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터 카터 지음 / 조경숙 옮김
원제 : The Education of Little Tree
282쪽 / 7,800원
아름드리미디어 펴냄
저자 포리스트 카터의 자전적 성장 소설이기도 한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5살의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은 '어린 나무'(저자의 어릴 적 인디언 이름)가 체로키족 인디언인 할아버지와 할머니 밑에서 체로키식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백인들의 인디언 강제 이주 정책으로 산 속에서 살게 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어린 나무'에게 산의 일부가 되어 산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거추장스런 구두를 벗어 던지고, 부드러운 인디언 신발을 신고 산 속을 뛰어다니는 '어린 나무'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가르침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는 방법을 하나 둘 배워 나가며 숲에도 생명이 있음을 깨닫는다.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우리네 누구에게나 간직되어 있는 유년 시절의 기억들을 말갛게 떠올리며 영혼이 해맑아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화]-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
틱낫한 지음 / 최수민 옮김
원제 : Anger
230쪽 / 8,900원
명진출판 펴냄
《첫 사랑은 맨 처음 사랑이 아니다》 등의 수필집으로 국내 독자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틱낫한 스님의 '화'에 대한 특별한 수필집이다.
세속에서 초탈한 스님이라고 해서 “화내서 무얼하나? 잊어라”고 보통 사람들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권장하는 것이 아니다. 신체 장기와 같아 함부로 떼어낼 수 없는 '화','마음의 상처에서 생겨 끝내 습관이 되고 마는 이 '화'는 '마음의 씨앗'이다. 이를 인정하고 찬찬히 들여다보고 결국 다스릴 수 있는 것. 틱낫한 스님이 말하는 '마음 밭 갈기'이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김혜자 지음
288쪽 / 11,000원
오래된미래 펴냄
배우 김혜자가 구호활동 중에 경험한 일들을 책으로 엮었다. 전쟁과 가난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구호활동을 벌여온 저자는, 특히 참혹한 환경에 처한 아이들의 현실을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고통과 가난을 함께 나누고자 지난 1년여 동안 공식적인 활동을 중단한 채 집필에만 전념했다. 고통의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의 불행과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적인 격정을 솔직하게 토로하면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진지하게 묻고 있다.
이 책의 판매로 얻어지는 저자의 인세는 가난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을 위해 전액 기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