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관절인형을 주제로 한 공포영화.
구체관절인형이 어떤 인형인지 모르는 사람에게도 왠지 매력적으로 들리는 주제의 영화다.
사람의 모습을 축소해 놓은 듯한 매혹적인 인형을 주제로 만든 영화는 어떤 영화일까..
인형사가 표방하고 있는 주제를 이해하려면 우선 구체관절인형이 어떤 인형인지 알아야한다. 구체관절인형은 말 그래도 인형의 각 관절이 구(球)로 이루어져 사람과 흡사한 동작을 보여주는 인형이다. 유럽에서 유래되었으나 일본의 한 완구회사에서 대중화하여 현재는 성인층의 열혈 매니아 모임까지 여러개 생겼났을 정도이다.
인형사의 정용기 감독은 인터넷에서 우연히 구체관절인형을 처음 보았을 때 아름다움 저 너머의 공포감을 보았다고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가 바로 "인형사"이다.
하지만 영화는 기획 단계부터 적잖은 비난을 받았었다. 바로 구체관절인형 매니아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인형을 좋아하는 성인 =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인격의 소유자’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며 영화의 기획방향을 신중히 해달라는 비난이었다. 이런 비난에도 불구하고 결국 영화는 그들의 우려처럼 영화 속 구체관절인형 매니아를 정신분열증이 있는 인격으로 만들어냈다. 그들의 우려가 현실이 되어 공포영화로써는 큰 손색이 없지만 무언가 많이 아쉬운 느낌의 영화가 만들어지고 말았다.
기괴한 소음들과 불쑥불쑥 나타나 놀래키는 소품들은 공포영화로써의 공식을 충분히 따랐지만 이미 성인층의 매니아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구체관절인형에 대해서는 여지없이 그들의 무지함을 드러냈다.
구체관절인형의 가장 큰 특징인 자유로운 동작과 미니어쳐 소품의 활용은 온데간데없고 모두들 밋밋한 포즈로 그저 진열장에 서있을 뿐이다.
가장 큰 결점은 영화 속에서 구체관절인형의 역할이 너무 작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주인공 인형은 구체관절인형이 아닌 일본등지에서 개인 작품용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실제 사람 크기의 인형이다. 이 주인공 인형은 관절이 구(球)로 되어있지도 않고 석고 등으로 어설프게 만들어져 보는 이로 하여금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영화의 배경인 미술관 역시 조잡한 모습을 보여줘 공포영화라기보다 여름 납량특집 미니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여기다 내용마저 너무 뻔히 내다보인다.
또 다른 주인공인 배우 임은경의 역할은 그 비중이 너무 약할 뿐 아니라 첫 등장에서 이미 그녀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버리게 만든다.
이는 영화 초반부터 너무나 뻔히 보이는 복선을 남발한 덕분이다.
우리나라에선 불모지와 같았던 공포영화라는 장르가 매년 발전하면서 관객들의 눈도 높아진 것일까.
소중히 여기던 물건에 영혼이 생겨 자신을 버린 주인을 찾아간다는 설정과 구체관절인형이라는 소재는 신선하지만 아직 무르익지 않은 배우들의 불안한 연기와 소재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감독의 무지함, 성의 없이 만든 세트와 인형소품들 때문에 50% 아쉬운 공포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