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일 지리산 노고단을 출발해 제주도와 부산을 거쳐 경남지역 곳곳과 울산을 이어 온 190여일의 긴 여정 끝에 양산에 들른 것이다.
이들이 걷고 또 걸어 예까지 온 까닭은 무엇일까? 이번 순례단을 이끌고 있는 도법 스님이 처음 길을 떠나며 던진 말을 되씹어 보면 그 까닭을 어렴풋이나마 알 듯 싶다.
“미워하지 않으면 편안해진다는 단순한 진리의 길을 가고자 한다. 나누면 여유로워진다는 명료한 진리의 삶을 살려고 한다. 부처 짓 하면 부처 된다는 불교의 진리를 지금 여기에서 당장 살아보려고 한다. 이 정도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모색하고 모색한 끝에 만난 친구가 생명평화이다. 깨달음도 접고, 부처도 내려놓고, 수행도 포기하고 붙잡은 화두가 생명평화이다.”
탁발이 무엇인가? 그것은 곧 얻는 행위이다. 그러나 탁발은 단순히 얻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생명평화를 탁발하는 순례단의 생각이다.
“주는 이의 입장에서는 나눔의 실천이요, 얻는 이는 겸손과 감사를 배우는 공부이다. 따라서 탁발에는 나눔과 섬김, 모심과 살림의 생명평화정신이 깃들어 있다.”
그러기에 생명평화탁발순례는 곧 생명평화가 바탕이 되는 삶의 문화를 가꾸기 위한 발걸음일 터이다. 그래서 순례단은 길고 긴 순례 길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수많은 곳을 들렀다. 이런 생명평화의 순례자들이 우리 고장에 왔으니 우리는 다만 반갑고 고맙다.
앞으로 8박9일 동안 양산의 이곳저곳을 들르고 양산의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게 될 순례단을 우리는 온 마음으로 반긴다.
양산에서는 본사를 비롯해 공무원노조, 전교조, 양산여성회, 웅사모, 민노총 등 지역의 17개 단체가 연대해 생명평화탁발순례 양산조직위원회를 구성한바 있으며 지난 6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이들 생명평화순례단을 맞기 위한 준비를 해 왔다.
탁발순례에는 뜻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함께할 수 있다니 이번 양산순례에 많은 양산시민들이 동참했으면 싶다.
그리하여 정작 평화를 원하면서도 정치권이나 제도의 변화만 바라는 주인되지 못한 태도를 버리고, 우리 스스로가 주인으로서 우뚝 서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너와 나, 남성과 여성, 단체와 단체, 지역과 지역, 진보와 보수, 남과 북, 인간과 자연간의 갈등과 대립을 풀어내는 지혜를 얻어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