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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데스크 칼럼] 종달새의 슬픈 종말..
사회

[데스크 칼럼] 종달새의 슬픈 종말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4/09/10 00:00 수정 2004.09.10 00:00

 높은 나무 위에서 한 종달새가 노래를 하고 있었다. 이때, 한 남자가 이상한 상자 하나를 들고 나무 곁을 지나가고 있었다.
 종달새는 얼른 남자의 어깨 위에 내려 앉아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그 상자 안에는 무엇이 있나요?"
 "맛있는 벌레가 있지"
 "팔 건가요?"
 "물론이지. 값도 아주 싸거든. 벌레 한 마리에 단지 깃털 하나야."
 
 종달새는 가만히 생각해 봤다.
 '난 수많은 깃털을 가지고 있으니, 한 개쯤이야 없어도 괜찮겠지. 게다가 일도 하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는 이런 좋은 기회가 어디 있담.'
 
 이렇게 생각한 종달새는 망설이지 않고 작은 깃털 하나를 뽑아 벌레와 바꾸었다. 깃털을 뽑을 때 약간 따끔하긴 했지만, 그것은 맛있는 벌레를 먹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종달새는 다음 날도 깃털과 벌레를 바꾸었다. 그 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종달새는 깃털 하나를 주고 맛있는 벌레를 먹는 기쁨을 즐겼다.
 그러나 날이 가고 달이 바뀌면서 종달새 몸의 그 많던 깃털은 자꾸만 줄어들고, 처음에는 작은 깃털을 뽑았던 것이 마침내 큰 깃털까지 뽑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큰 깃털을 뽑을 때는 작은 깃털을 뽑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아픔이 따르기도 했다. 하지만 일을 하지 않고도 맛있는 벌레를 먹는 것에 길들여진 종달새는 아픔을 참고서라도 큰 깃털을 뽑아 벌레 한 마리를 얻어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종달새는 자기가 하늘은커녕 나무 위에조차도 날아오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땅바닥을 기어 다니면서 간신히 먹을 것 하나를 찾아 놓으면 그마저 극성스러운 참새들이 빼앗아 가고 말았다.

 종달새는 자신의 비참한 처지를 부끄러워하며 더 이상 아무 노래도 부르지 않고 조용히 자신의 마지막 슬픈 운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부의 쌀개방 재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이를 반대하는 운동이 일고 있다.
 경남지역 노동조합 대표자 162명도 2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쌀 수입 개방정책 즉각 중단과 쌀 수입문제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를 촉구했다.
 양산여성회 등 양산지역 농민ㆍ시민단체들도 1일 오전 10시 양산종합운동장 종합회의실에서 '우리 쌀 지키기 식량주권 수호 양산시민운동본부'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쌀 개방 저지 운동에 돌입했다.
 왜 '우리 쌀 지키기'인가? 이는 우리가 쌀개방 압력을 끝내 이겨내지 못하면, 우리는 머잖아 우리 손으로 쌀 한 톨도 지어내지 못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고, 그것은 결국 우리 스스로 식량주권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고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벌레 한 마리에 홀려 제 몸의 깃털 하나씩을 뽑아주다 마침내 제 몸의 깃털을 죄다 잃고 만 종달새의 슬픈 운명이 그냥 웃어넘길 우화가 아닌 것이다.
 쌀개방 재협상에 임하는 정부는 이 문제를 국가안보적 차원에서 처리해야 한다. '쌀개방만은 절대 안 된다'는 농민들의 절규를 외면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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