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참사, 북한 룡천역 폭발 사고, 아프가니스탄 난민구호 등, 일이 있을 때마다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모금 활동을 해오던 웅상읍 효암고등학교가 몇 달 째 소아암을 앓고 있는 어린 생명들 돕기에 나서고 있다.
효암고 학생회는 올해 학생회 활동을 계획하면서 전 사회적으로 관심이 있는 사건에만 모금 활동을 할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도움을 주는 활동을 해보자고 결정하였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말, 쌍둥이 자매 김혜진ㆍ혜령이의 사연을 '소아암병동어머니회'를 통해 알게 되었다.
태어난 지 3개월밖에 안된 혜진이와 혜령이는 둘 다 급성골수백혈병에 걸려 당시 부산대학병원에서 투병 중이었다. 이들의 '쌍둥맘' 김정옥씨는 어린 생명들을 부둥켜안고 하루하루 힘겨운 간병을 하고 있었다.
효암고 학생회는 이들 쌍둥이의 딱한 사정을 듣자마자 쌍둥이를 도울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나갔다. 쌍둥맘의 절친한 선배이자 미니홈피 관리자인 윤선미씨와 연락을 취하는 한편(쌍둥이 사진과 그들의 이야기를 남긴 미니홈피 : www.cyworld.com/been3), 많은 사람들에게 이 상황을 알리는 일을 시작했다. 교내 곳곳에 쌍둥이 이야기를 알리는 대자보를 붙이고 교내 속보 신문을 만들었다. 또 다른 학교의 홈페이지에도 상황을 알려 함께 도울 것을 호소했다. 소식을 전해들은 보광고등학교에서도 급히 '헌혈카드 모으기 운동'을 벌여 단번에 50장을 모아 전달해왔다.
다음 단계로 학생회는 둘이나 되는 아기들의 병원비를 걱정하며 모금활동을 펼쳐나갔다. 장기간 입원을 하는 동안 쌓이는 병원비를 감당 못해 임시퇴원을 했다가는 또 다시 입원하기를 반복하는 모습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대자보를 붙이고 아침마다 교문 앞에서 성금모금 활동을 하는 한편, 토요일 아침시간에는 각 반을 돌며 성금을 모았다. 또 교내 모금활동 외에도 서창ㆍ덕계시장에서 교외홍보를 하며 모금 운동도 펼쳐 총 100만 원 가량의 성금을 모았다. 학생회는 지난달 13일 성금과 함께 애기 옷, 장난감, 보행기, CD 플레이어 등을 전달했다. CD 플레이어는 쌍둥이들이 병원에서 동요를 들을 수 있도록 한 배려였다.
교내에서도 헌혈카드 모으기를 하여 다른 학교에서 모은 것과 함께 100장을 우선 전달하였고 이후에도 운동을 계속해 지금까지 80장을 더 모아둔 상태다. 헌혈카드를 선뜻 내놓은 2학년 2반 안정민 학우는 "내 생의 첫 번째 헌혈카드가 혜진이 혜령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값지게 느껴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학생회는 성금 활동, 헌혈카드를 모으는 활동을 하면서 전교생들이 쉽게 참여하고 우리의 마음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종이학 접기 운동도 벌였다.
전교생이 곱게 접은 천 마리 학의 날개에는 조그마한 글씨로 '혜진아 혜령아 사랑해' '빨리 나아' 등의 격려 메시지를 썼다. 또 미니홈피의 쌍둥이 사진 밑에는 희망의 리플과 방명록에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렇게 작은 정성을 보내면서 학생회는 5월 말부터 9월 초 현재까지 병원에 5~6회 정도 위문 방문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난 7월 12일. 태어난 지 정확히 5개월 째 되는 날. 동생 혜령이가 하늘나라로 떠나고 말았다는 전화를 받았다. 장례식에는 학생회 임원들과 학우들이 참석해 슬픔을 함께 나눴다.
효암고등학교 학생회의 '아기 천사 돕기' 활동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9월 2일에는 회의를 통해 2학기 쌍둥이 돕기 프로그램을 확정했다. 우선은 전교생이
또 성금모금운동과 헌혈카드 모으기는 1학기 때와 마찬가지로 혜진이가 완쾌할 때까지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학생회장 김정성 학우는 "3년 전 우리 선배들이 학생회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백혈병에 걸린 친구를 위해 모금 운동을 한 적이 있다. 그 때는 선배가 완쾌할 때까지는 성금활동을 못했지만 혜진이 만큼은 꼭 완쾌할 때까지 도울 것"이라며 아직도 많은 도움이 필요한 혜진이에게 사랑의 손길을 보내 줄 것을 요청했다.
박수정 학생기자 / 효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