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일부터 190일 동안 걷고 걸어 양산시에 들어섰다.
'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자'라는 슬로건을 내건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은 그동안 4,500리를 걸으며 15,000여명의 사람들을 만났다. 지리산 노고단에서 출발한 순례단은 제주도-부산-거제도-통영-고성-마산-창원-진해-김해-울산을 거쳐 양산에 왔다.
순례단은 도법 스님(단장), 만초 스님(통도사 백운암), 이원규 시인(총괄진행)과 진행을 맡은 권오준(지리산 귀농자), 황인중(지리산 청년), 조선희(녹색대학생) 등 6명으로 구성돼 있다.
190일간 4,500리 길 1,5000명 만나
울산지역을 지나 9월6일 양산에 도착한 순례단은 오후 6시 생명평화탁발순례 양산조직위원회와 함께 터미널 앞에서의 '우리쌀지키기 캠페인'에 참가하면서 본격적인 일정에 들어갔다. 양산조직위는 전교조, 웅상을 사랑하는 모임, 민주노총, 양산여성회, 민주노동당, 공무원노조, 양산시민신문 등 17개 단체로 구성돼 있다.
오후 7시 중앙동사무소 앞 탁노소(구 양산시장 관사)에서 공무원노조의 정성어린 저녁식사를 대접받은 순례단은 양산조직위와의 상견례 겸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양산지역의 현안과 순례단의 방문 취지, 천성산 고속철도 관통문제, 양산순례 일정 등에 대해 밤늦게까지 열띤 토론을 벌였다.
순례단은 특히 양산지역 종교계 등의 원로들을 찾아뵐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으며, 보도연맹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위령제 등을 제안했다. 과거의 아픈 상처를 유족에게만 전가하지 말고 양산시민 전체가 함께하는 것이 통일의 초석이 될 뿐만이 아니라 양산지역의 생명평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양산시청 방문, 창조학교에서 간담회
첫날밤을 탁노소에서 묵은 순례단은 7일 오전 10시 공무원노조 등의 양산조직위와 함께 양산시청을 방문했다. 기자회견을 가진 뒤 곧바로 이정균 부시장을 면담, 순례단의 방문취지를 설명하고 양산지역의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어서 양산시의회를 방문해 김상걸 의장을 만난 순례단은 김 의장으로부터 따뜻한 영접을 받고 탁발순례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들었다. 이어 순례단은 동면으로 이동, 태풍 '송다'의 영향으로 비바람이 몰아치는데도 불구하고 공노조와 웅사모, 부산의 도시속의 작은학교 학생 등 30여명과 함께 순례를 강행했다.
동면-영천-임기(보목공방)-법기(고속철도 공사현장)-덕계로 이어진 순례는 봉우아파트에 도착해 부녀회와 다과를 나누며 간담회를 가졌다. 저녁을 먹고 방과 후 대안학교인 양산시어린이창조학교로 이동한 순례단은 오후 8시 창조학교 교사 및 학부모들과도 화기애애한 간담회를 가졌다. 순례단의 영상물 상영과 도법 스님의 대안교육 이야기 등으로 하루 일정을 마친 순례단은 창조학교에서 잠자리를 탁발했다.
8일 오전 웅사모와 창조학교의 안내로 매곡리-덕계상설시장-장흥마을(무지개폭포)-국민은행(한우리)-덕계사거리-태원 봉우아파트로 이어진 순례는 오후 신명마을-새진흥아파트-삼성아파트-도서관-주진마을-명곡마을회관까지 계속됐다. 봉우아파트부녀회에서 점심을, 주님의 교회에서 저녁식사를 탁발했다.
오후 7시 웅상읍사무소에서 조직위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도법 스님의 강연 및 간담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양산지역 순례는 14일까지 이어진다.
한반도 전쟁막기 위해 10만 생명평화 서약자 목표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은 원칙적으로 얻어먹고, 얻어 자고, 생명평화의 마음까지 탁발한다. 탁발이란 말 그대로 얻는 행위이다. 그러나 탁발은 단순히 얻는 행위만이 아니라 주는 이의 입장에서는 나눔의 실천이요, 얻는 이의 입장에서는 겸손과 감사를 배우는 것이다. 굳이 불교수행의 하나인 탁발의 형식을 빌리는 것도 바로 나눔과 섬김, 모심과 살림의 생명평화의 정신이 바로 이 속에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대립과 투쟁으로 점철된 생명위기와 환경재앙의 시대, 우리시대의 유일한 대안은 생명평화뿐이다. 순례단은 먼저 지역현장의 실상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며, 주요 정책이나 당면 현안에 대해 바람직한 방향과 내용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생명평화의 문제의식으로 만남, 대화, 소통을 통해 이해와 존중, 배려의 풍토를 가꾸며 너와 나, 남과 여, 단체와 단체, 지역과 지역, 진보와 보수, 남과 북, 민과 관, 인간과 자연 등의 갈등과 대립을 풀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탁발순례단은 3년여 일정으로 전국을 순례하며 10만명 평화결사 서약서를 받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생명평화를 위해 일상적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수행하며, 이웃과 더불어 실천하고, 한반도의 전쟁을 막아내기 위해 몸과 마음을 헌신할, 적어도 10만명의 서약자를 모은다면 우리 시대의 화두인 생명평화의 실현이 가능하리라 믿기 때문이다.
순례단은 아침마다 참여자들과 함께 시작명상을 하는데 침묵명상과 생명평화의 경 독송명상을 한 뒤 서로 큰절을 한다. 순례를 마칠 때도 마무리 명상을 하는데 역시 침묵명상에 이어 다함께 '생명평화 서약문'(박스기사 참조)을 합송하며 서로 큰절을 올린다. 생명평화 서약문에는 탁발순례의 목적과 취지가 그대로 드러나 있어 양산시민들에게 그 전문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