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數)를 나타내는 한자어 六은 낱말에 따라 한글로 적을 때, '륙, 육, 유, 뉴'의 네 가지로 나타난다. 이는 '한자어에서 본음으로도 나고 속음으로도 나는 것은 각각 그 소리에 따라 적는다'란 한글 맞춤법(52항)의 규정에 따라, '오륙십(五六十)'의 '륙'은 본음으로, '오뉴월(五六月'의 '뉴'와 '유월(六月)'의 '유'는 속음으로 쓰인 예다. '육일'과 '육학년'의 경우는 물론 두음법칙에 따라 '육'으로 쓴다.
그런데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 죽은 '사육신(死六臣)'은 '육'으로 적고, 책의 크기를 말하는 '사륙판(四六版)'은 '륙'으로 적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것은 낱말의 구조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점이다.
'사육신'은 여섯 신하란 '육신'에 접두사 성격을 띤 '사'가 붙은, 곧 '사-육신'으로 된 말이기에 <육신>으로 적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逆利用'을 '역리용'이 아닌 '역이용'으로, '年利率'을 '연리율'이 아닌 '연이율'로 적어야 한다.
이에 대해 '사륙판(四六版)'은 가로 세로의 길이를 뜻하는 '사륙'에 책을 뜻하는 '판'이 붙어 '사륙-판'이 된 말이어서 '륙'으로 적는데, 이는 대여섯이란 '오륙'에 섬을 뜻하는 '도'가 붙어 이루어진 '五六島'를 '오륙도'로 적는 것도 같은 경우다.
-교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