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는 이렇게 되어있다. [물론]: 말할 것도 없음. [막론]: 말할 나위도 없음. 가릴 것도 없음.
둘 다 명사이되 [물론]은 그 자체로 독립된 명사로 쓰이고 [막론]은 ~하고, ~하다가 붙어 타동사처럼 쓰인다. 가령 친구가 "이것 좀 도와줄래?" 하면 "물론!"하지 "막론!"이라 대답하진 않는다는 말이다. 아~ '물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식칼의 비유를 한번 들어 보자. 시쳇말로 '날이 칼 같이 서 있는'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물론' 식칼은 좋은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아무리 살벌하게 생겼어도 식칼은 맛있게 음식 해먹고 건강하게 오래 살라는 뜻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유영철 같은 이의 손에 쥐어져 여러 인명을 해치는 극악무도한 흉기로 쓰여 졌다면, 그 피 묻은 식칼을 가져다 원래 그것이 만들어진 좋은 목적에 맞게 음식을 해 먹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는 요즘에 존폐논란이 뜨거운 국가 보안법이 그런 식칼과 같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법의 목적에 맞게 간첩도 잡고 국가를 보위하기도 했겠지만. 무고한 여러 생명과 인권을 무수히 해친 것도 사실인 만큼, 피 묻은 식칼은 비닐봉지에 넣어 밀봉하고 역사의 증거물로 남겨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