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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생명평화의 메신저' 양산지역 순례] 양산의 미래는 '..
사회

['생명평화의 메신저' 양산지역 순례] 양산의 미래는 '고향의 봄'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4/09/17 00:00 수정 2004.09.17 00:00
원주민의 고향 되찾기와 이주민의 고향 만들기

 마침내 양산 순례를 마쳤다. '걷자, 만나자, 만나서 생명평화를 얘기하자'는 슬로건을 내건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은 양산 지역 곳곳을 돌며 환대를 받았다.
 부산과 울산이라는 대도시 사이에서 자꾸 흔들리는 정체성을 새로이 다잡아나가는 양산의 인심은 그래도 살아있었다. 8박9일 동안 한 끼도 굶지 않고 한번도 한뎃잠을 자지 않았으니 이것만으로도 양산은 아직 살만한 동네가 아니겠는가.

 9월8일 순례단은 웅상지역을 둘러봤다. 건강한 시민봉사단체를 표방하는 '웅상을 사랑하는 모임(웅사모)'의 도움으로 순례는 내내 훈훈한 배려 속에 진행됐다. 매곡리-덕계상설시장-장흥마을-봉우아파트로 이어진 오전의 순례는 직선제로 아파트 주민대표를 뽑는다는 봉우아파트부녀회의 정성어린 점심탁발로 이어졌다.
 신명마을-새진흥 7, 8차 아파트-웅상도서관-주진마을-명곡마을로 이어진 순례는 저녁 7시 웅상읍사무소에서의 간담회와 도법 스님의 강연회로 이어져 화기애애하게 열렸다. 이틀 째 연속 웅상어린이 창조학교에서 잠자리를 탁발했다.
 9월 9일 전교조가 안내하는 순례는 외흠-백동-소남-주남-택지개발지-읍사무소 방문으로 이어졌으며, 웅상읍장 면담을 통해 웅상지역의 현안인 천성산 고속철도 관통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양산 향교와 춘추공원에서 하루 순례를 마무리하고 중앙동사무소 2층 청소년문화센터에서 전교조 선생님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간담회는 생명평화에 대한 솔직하고도 진지한 고민의 장이었으며,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생명평화'를 깊이 공유하는 계기가 됐다.
 9월10일 양산여성회가 주관한 순례는 비가 오는 가운데 남편을 보도연맹 사건으로 잃은 양귀순 할머니의 눈물겨운 증언으로 시작했다. 1남1녀를 둔 양 할머니는 당시 보도연맹 사건으로 학살된 남편이 이른 아침 목화창고에서 학살현장으로 실려 가는 트럭을 훔쳐보면서도 무서워 입을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다며 치를 떨었다.
 
 9월11일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 하루 휴식을 취한 순례단은 12일 양산시민신문의 주관으로 강서동과 물금, 원동면 지역을 둘러봤다. 먼저 김일권 시의원의 안내로 신도시 지반을 다지기 위해 파헤쳐지는 오봉산을 둘러보았다. 이미 산의 정상이 거의 파헤쳐진 이 공사장에서 나는 폭발음과 돌먼지 등으로 인근주민들의 원성도 원성이려니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개발의 현장을 둘러보며 순례단은 침울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쓰레기매립장을 둘러보며 불행하게도 '21세기 타임캡슐'은 바로 이 쓰레기 매립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례단은 양산 외국인이주노동자 상담소에 들러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참담한 현실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다. 40만명에 육박하는 외국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한국의 제도나 현실은 너무나도 반인도적이며 반인권적 이었다.
 오후에 둘러본 양산 배내골은 천혜의 비경이었다. 주변에 이렇게 아름다운 배내골이 있는 한 양산은 비로소 양산다워질 수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그러나 양산시의회 박말태의원의 안내로 들린 원동면 원리 신촌마을의 참담한 현실은 이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마을 주민들이 모두 나와 도법 스님께 염불이라도 해달라고 매달렸다. 다름이 아니라 개울 건너 바로 마을 앞산에 파헤쳐진 석산이 하나 있었는데, 그 석산의 영향으로 마을에 자꾸 변고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1년에 50세 미만의 젊은 남자들이 심장마비 등으로 급사를 한다고 했다. 풍수지리가 등의 말에 의하면 바로 그 석산 때문이라는 것이다. 행여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주민들은 이미 공포에 질려 있는 듯했다.
 순례단은 정성을 다해 마을주민들과 함께 그 석산이 마주 보이는 강둑에 앉아 마무리명상을 하고 '생명평화의 경'을 읽으며 마을 주민들을 위로했다. 다행히도 석산의 복원계획이 추진 중이라고 했다.
 
 13일 자체일정으로 잡은 이 날의 순례는 오전 10시 춘추공원에서 양산시의회 의원들과 장시간의 간담회로 시작됐다. 이 날의 간담회는 양산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깊은 고민을 나누는 자리였다.
 특히 오후 2시30분에 진행된 '양산시 보도연맹 희생자 천도제'는 양귀순 할머니 등 유족들과 양산조직위 등이 함께 하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 양산시에서 처음으로 열린 천도제는 중앙동 탁노소 앞에서 열렸는데, 이 자리는 예전의 목화창고가 있던 곳이다. 증언에 의하면 바로 이 목화창고에 보도연맹가입자들을 가두어놓았다가 동면 등의 산골짜기로 끌고 가 학살했다고 한다. 추모사와 추모시 낭송으로 이어진 천도제는 도법 스님과 만초 스님의 주재로 열렸으며, 특히 이날 양귀순 할머니의 증언은 눈물겨웠다.
 비뚤비뚤 받침도 틀리는 글씨로 손수 적어온 양귀순 할머니의 추모의 글은 그 자체가 감동적이었다.
 
 14일은 민주노총과 함께 솔밭산의 민주영령들에 대한 참배로 시작해 '양산사랑참여시민모임(양동이)'과 한기덕(양산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의 주관으로 상ㆍ하북을 순례했다. 하북에서 김상걸 시의회 의장과 통도사 불교청년회와의 만남에서 도법스님은 “청년 불교인들이 깨어 있어야 양산의 미래가 있다”고 말하고 청년 불교인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오후에 정병문 시의원과 함께 상북 일대를 순례하며 조류독감 파동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낸 양계농가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양산 순례의 마무리 행사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양산조직위와 순례단의 허심탄회한 대화와 생명평화에 대한 결의를 다지는 것으로 양산순례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천성산과 영축산, 낙동강과 양산천 등 천혜의 자연조건을 겸비한 양산. 그러나 지금 양산은 위기를 맞고 있다. 부산도 아니요, 울산도 아니요, 공단도 아니요, 농촌도 아니요, 배드타운도 아닌 정체성의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인구와 아파트가 급팽창하는 신흥도시는 분명히 신흥도시인데 '양산 통도사'라는 이미지를 넘어서는 집중력이 없어 보인다. 통도사의 청정함과 통도사 입구의 난잡함이 언밸런스이듯이 양산 전체 또한 언밸런스 투성이인 것 같다.
 왜 그럴까? 대답은 간단하다. 신흥도시로서의 도시계획이 장기적이고도 체계적이지 못하고 임시방편 혹은 땜질식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는 양산만의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모든 도시의 기형적인 현상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의 난개발적인 도시 형성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실패한 도시계획을 답습하다보니 양산 또한 정체성의 혼돈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비교적 성공한 케이스인 일산 신도시나 과천, 그리고 분당 신도시와 비교해 보면 그것은 확연히 드러난다.
 부산의 근교인 김해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양산은 천혜의 자연조건을 바탕으로 오히려 실패한 부산의 반면교사가 되어야 한다. 부산으로 들어가기 위한 전초기지나 부산의 베드타운이 아니라 실패한 도시 부산, 살기 힘든 도시 부산에서 이사를 오고 싶은, 와서 살고 싶은 양산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자면 미래지향적인 양산의 슬로건이 필요하다. 양산 시민들이 자부심을 갖고 양산을 사랑하게 해야 하며, 바로 지금 이곳에서 양산시민들의 삶이 질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 양산의 원주민은 원주민대로 고향의 자부심을 갖고, 이주민은 이주민대로 '제2의 고향'으로 양산이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
 경제적인 콤플렉스, 문화적인 콤플렉스, 교육적인 콤플렉스 등 이것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원주민들에겐 가난했지만 아름다운 고향으로서의 이미지가 흐려져 자부심이 결여되고, 이주민은 이주민대로 어쩔 수 없이 잠시 머무는 간이역으로서의 양산이어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다행히도 양산은 이미 양산의 미래에 대한 답을 알고 있다. 바로 그 답은 대한민국 최고의 어린이작가 이원수 선생의 노랫말 '고향의 봄'에 다 나와 있다. 이원수 선생의 고향이 양산이라는 사실이 잘 아려져 있지 않아 아쉽지만 그 내용이야 이미 남북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것 아닌가.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로 이어지는 '고향의 봄'이야말로 신도시 양산의 미래가 끝내 버리지 말아야 할 최고의 가치이자 덕목이 아니겠는가. 원주민의 잃어버린 고향을 되찾는 길이 바로 양산의 미래요, 이주민들의 '제2의 고향'으로 가꾸는 것이 바로 양산의 미래가 아닌가.
 양산의 미래는 '고향의 봄'이다. 양산이 누구에게나 고향의 봄이 될 때 비로소 양산은 양산다워질 수 있다. 양산, 이제 다시 시작이다.
 *이 자리를 빌어 순례일정에 동참해준 양산지역 제 단체와 김상걸 시의회 의장, 김일권 시의원, 박말태 시의원, 정병문 시의원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원규 / 시인ㆍ생명평화탁발순례단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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