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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만났다. 그리고 대화하고 소통했다..
사회

만났다. 그리고 대화하고 소통했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4/09/17 00:00 수정 2004.09.17 00:00
'생명평화탁발순례단ㆍ지역 시의원 간담회' 스케치

 13일 아침, 춘추공원 들머리 한 음식점에서 양산시의회의 김상걸 의장과 이부건 의원, 김일권 의원, 정병문 의원 등 시의원들과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이 자리를 함께한 간담회가 마련됐다.
 '생명평화'를 화두로 전국을 순례하며 모든 관계의 갈등을 풀되, 그중에서도 특히 '인간과 자연간의 갈등을 풀어야 한다'고 되뇌고 있는 순례단과 지역발전과 지역개발을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시의원.
 어쩌면 이 두 집단의 만남은 퍽 어색하고 생뚱맞을 듯싶었다.
 그러나 이 날의 간담회는 양산의 오늘과 미래에 대해 서로 마음을 열고 함께 깊은 고민을 나누는 자리여서 참석자 모두를 흡족케 했다.
 이 자리에는 순례단과 시의원들 말고도 양산참여자치시민연대 서병세(동의대 교수) 대표, 양산대 엄원대 교수, 그리고 웅상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과 본사 임원 및 취재기자들이 함께했다.
 
 간담회를 시작하면서 참석자들은 애초 이 자리에서 어떤 결론을 이끌어 내야한다는 욕심을 버렸다. 먼저 순례단의 도법 스님이 운을 뗐다.
 10여 년 전부터 지리산운동을 해 왔다는 도법 스님은 그동안 우리사회가 정책적인 면에서는 개발과 성장정책을 추구하면서 엄청난 변화를 이룩했고, 운동적인 측면에서는 민주화운동을 거쳐 각종 시민운동과 환경운동이 또 사회를 놀랍게 변화시켰지만, 우리 삶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불신과 갈등, 반목이 이어지고 혼란과 대립이 재생산되고 있다면서 이것이 곧 우리 사회 공동체의 해체와 붕괴현상으로 치닫고, 나아가 생명위기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지리산에 주목하기 시작했어요. 지리산은 우리 민족의 모든 문제를 안고 있는 산이지 않습니까? 지리산을 논의하는 과정에 하나로 모아진 과제가 바로 '생명평화'였지요. 또 이라크전이 본격화 되면서 지금까지의 싸움과 죽임의 문명사를 넘어서는 살림과 섬김의 새로운 문명사를 만들어 가야한다는 데도 생각이 모아졌습니다. 이 일은 정부에만 맡겨 놓을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고민하고 참여해야 하는 일이지요”
 그래서 지난해 겨울에 지리산생명평화결사가 발족되고, 올 3월부터는 생명평화의 철학과 삶의 문화를 심기위해 전국탁발순례에 나서게 되었다는 설명.
 
 "남과 북, 진보와 보수, 여와 야, 재계와 노동계, 지역과 지역… 이들 모두가 만날 수 있는 주제가 바로 '생명평화'지요. 생명평화를 주제로 만나자. 만나서 대화하고 소통하자. 그리고 지혜를 얻어내자.”
 
 도법 스님의 말이 조금 더 이어지고 곧 김상걸 의장이 말을 받았다.
 "인구21만의 신흥도시인 양산시민들의 욕구충족과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개발을 해야만 하는데, 그에 따른 환경파괴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천성산 문제로 시작된 지율스님의 생명을 건 단식도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런 자리처럼 서로 흉금을 터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자주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엄원대 교수는 어제 간담회 참가 요청을 받고서야 비로소 '생명평화 탁발순례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민망해 했다.
 "우리나라처럼 '우리'라는 말을 많이 쓰는 나라가 없는데 그동안 물질문명만을 쫓다 보니 이제는 '우리'라는 말보다 '나'라는 말을 더 많이 쓰게 된 것 같아요. 지금부터라도 '실천하는 사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다시 도법 스님이 입을 뗀다.
 "한국 사회의 최대의 실패작은 '서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사회 모든 불균형의 원인이 바로 서울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봐요. 그런데 부산이든 양산이든 모두 서울을 닮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 같아요. 이게 바로 망하는 지름길입니다. 양산은 신흥도시로서 서울과 부산을 닮아가려는데 대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양산에서 그런 고민이 엿보이지 않습니다.”
 
 다음은 이부건 의원.
 "지난날 우리가 오직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는 목표만을 가지고 앞만 보고 달리며 개발과 발전에 온 힘을 다 쏟아 왔더니 이제 환경과 생명이 주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땅의 정치인들이 업적 쌓기가 아닌, 올바른 개발정책을 시행해서 환경을 최대한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역시 개발을 요구하는 주민들과 보존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상충된 의견을 조정하는 일이 쉽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천성산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확실한 방향을 잡아주었으면 합니다만…"
 
 대화는 한층 무르익고 저마다의 생각들이 봇물을 이룬다.
 
 "복잡한 시대에 단순한 해결책은 없는데 사람들은 과학으로 파괴한 자연을 다시 과학으로 되살릴 수 있다는 미신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다른 좋은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개발만이 최선이 아님을 시민들에게 알려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서병세 대표>
 
 "양산이 지금은 갓 출발한 신흥도시로서 지금껏 개발에 주력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하나의 과정에 속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제 자신도 어린 시절 물장구치던 그 자연환경을 제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습니다. 저는 도법 스님께서 양산에서 느낀 첫 인상이 양산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다음에 순례단이 다시 오실 때에는 분명 달라진 양산을 보시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앞으로도 개발은 피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환경보존을 최대한 고려하는 개발이 이루어져야겠지요."<정병문 의원>
 
 "아까 도법 스님께서 보존과 개발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았느냐고 하셨는데, 설문조사를 하면 대부분 환경보존을 찬성했다가도 실질적으로는 개발과 그에 따른 이익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이 하나의 딜레마이지요."<김일권 의원>
 
 어느새 시간은 두 시간이 흐르고, 대화는 "통도사가 단순한 관광지 역할에만 머물고 있는데 대한 우려”에서 '양산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희망"으로 이어진다.
 이제 점심탁발과 오후 일정을 위해 간담회를 마무리해야 할 단계. 도법 스님이 "양산은 가능성이 많은 도시”라며 "양산이 부산과 서울을 닮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산과 서울이 양산에서 희망을 읽어낼 수 있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또 "시민운동의 역사가 일천한 것이 양산의 장점”일 수 있다는 말과 함께 "건강한 지역사회를 위해 건강한 지역언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산시보도연맹 희생자 천도제

 점식을 든 일행은 자리를 옮겨 '양산시보도연맹 희생자 천도제'를 올렸다.
 2시 30분, 중앙동 탁노소 앞. 이 자리는 예전의 목화창고가 있던 자리다. 이 목화창고에 보도연맹가입자들을 가두어 놓았다가 동면 등의 산골짜기로 끌고 가 학살했다는 그 피맺힌 역사의 현장.
 당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남편을 둔 양귀순 할머니는 보도연맹원들이 학살된 장소로 올라가며 연신 통곡을 했다. 정신대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17세 때 남편에게 시집갔다는 할머니는 24세 때 이곳에서 남편을 잃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피하면 그것도 죄가 된다고 해서 피하지도 못했어. 그러다 새벽에 남편이 밖으로 나갔고 그 뒤 이곳에서 처형당했다는 소리를 들었지. 3일 동안 땅을 파가며 유골을 찾았지만 누구 해골인지 조차 구분이 안가 찾을 도리가 없었어”
 그리고 4.19 이후 유골들을 모아 합동위령비를 만들어 모셔다 놓았는데 5.16이 일어난 후 군사정부가 다시 빼앗아가 철도에도 뿌리고 강에도 뿌렸다며 지금이라도 젊은이들이 이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하소연 했다.
 천도제를 주재한 도법 스님은 "이 천도제는 억울한 희생을 당하신 분들이 이제 좋은 곳으로 가시라는 것과 앞으로 우리들이 억울함을 푸는데 앞장서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라는 말로 천도제를 시작했다.
 추모사와 추모시 낭송으로 이어진 천도제는 특히 양귀순 할머니가 지난 50년 한 맺힌 세월을 증언하는 대목에서는 모두들 숙연해 졌다.
 우리의 현대사에서 이념과 국가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생명을 억울하게 무참히 앗아갔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은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가.
 그 부끄러운 역사도 한스럽지만 더욱 한스러운 것은 그 후 5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어도 아직도 그 비극의 진실은 묻혀있고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다는 사실.
 희생자들과 희생자 유족들의 한을 풀어주는 일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섰으면 싶다.


[본사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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