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생명평화탁발순례 웅상지역 순례기..
사회

생명평화탁발순례 웅상지역 순례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4/09/17 00:00 수정 2004.09.17 00:00

 날씨가 화창하다. 짙은 녹색을 띈 나무와 풀잎들…
 모두들 웅상읍 매곡마을에 있는 창조학교로 모여들었다. 이들이 오늘 생명평화탁발순례단과 함께 웅상지역 순례 길에 오를 이들이다. 하나같이 마음은 들뜨고 뭔지 모를 호기심에 차있다.
 우리가 무얼 하자는 건지, 생명평화탁발순례에 대한 의미를 알기나 하고 발걸음을 내디디는 건지 잘 알 수는 없지만 다만, 이것이 우리들이 함께 지켜야하는 약속이기나 한 듯, 도법 스님과 만초 스님이 이끄는 순례단 뒤를 따라 그냥 걷고 또 걷기로 했다.
 아침 저녁으로 오가던 이길, 무심코 지나다녔던 거리가 오늘은 왠지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저마다의 얼굴엔 저절로 밝은 미소가 피어오르고 낯선 이들과의 인사도 자연스럽다.
 "안녕하세요!"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머리 숙여 반가움을 전하고 달리는 자동차에도 손을 흔들어 주면서 우리들은 마치 소풍나온 초등학생들처럼 마냥 즐겁고 신이 났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가기를 얼마 후, 우리 일행의 눈에는 참으로 놀라운 광경이 비쳐졌다. 산등성이 한가운데를 마구 헤집어 놓은 공사현장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이곳이 바로 경부고속철도를 놓기 위해 천성산 밑동을 뚫으려는 공사현장이었던 것이다. 모두들 이녁의 심장이 뻥 뚫린 듯 놀라며 한동안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도법 스님과 일행들의 말없는 침묵…. 그렇게 잠시 정적이 흐르고 저마다의 입에서 새어나온 탄식들.
 
 "어머나" "어떻게" "세상에" "……"
 
 그곳을 떠나오는 발걸음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그러나 우리는 몇 걸음 가지 않아서 자연의 놀라운 힘을 발견하고 지친 어깨를 추어올렸다. 논두렁 사이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앙증맞은 야생화들, 가을을 알리기라도 하듯이 서로 키재기를 하고 있는 들꽃들, 이름모를 작지만 강해보이는 예쁜 풀꽃들. 이렇듯 자연은 야생의 힘으로 세상 밖을 향해 꿈틀거리며 저마다의 몫을 다해 피어오르고 있었다. 사람들의 이기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자연은 이리도 강하게 살아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말하고 있었다.
 
 "너희가 우리를 버리지 않는 한 우리는 결코 너희를 버리지 않으마"
 
 우리의 발걸음은 다시 월평으로 이어지며 정수장을 거쳐 덕계 시가지를 행진한다. 삶이 살아 움직이는 덕계장날거리, 서로서로 미소와 인사를 나누며 행진은 계속 이어진다. 가끔은 길거리에 덥석 주저앉아 쉬기도 하고, 또 다시 일어나 걷고 또 걷고…
 어느덧, 봉우아파트에 도착하여 점심탁발을 받았다. 마른 목을 축이고 배고픔을 채운 뒤 서로를 마주보았다. 낯선 이도 있다. 아는 이도 있다. 하지만 아는 이, 모르는 이를 구분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오늘 탁발순례에 함께한 마음이 모두 하나인 것을… 그렇다. 바로 이것이 오늘의 탁발순례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려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모두들 툭툭 털고 일어나 또 행진을 했다. 웅상읍의 북쪽 끝자락인 서창을 향해…
 해가 저물어 갈 무렵, 우리들의 가슴엔 또 한번 감동의 물결이 일었다. '주님의 교회'에서의 저녁탁발.
 종교를 초월한 만남. 스님들과 목사님의 만남, 불자와 기독교인들의 만남,
 도법 스님과 만초 스님께선 기독교인들에게 예를 갖추어 고개를 숙이고, 기독교인들은 스님들을 껴안으며 인사했다.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서로를 깍듯이 섬기는 모습에서 우리는 평화를 보았고 가슴 가득 행복을 느꼈다. 그리고 다짐했다.
 우리들의 가정에서, 이웃과 이웃의 사이에, 세상의 모든 만남과 관계에서 생명평화의 정신을 실천하자고.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