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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추석대목? 아이구 그건 먼 옛날이바구요"..
사회

"추석대목? 아이구 그건 먼 옛날이바구요"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4/09/23 00:00 수정 2004.09.23 00:00
장기불황겹쳐 상인들 울상 - 대형유통업체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

 지난 15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전국 39개 재래시장 협동조합을 대상으로 조사한 '재래시장 경기전망 및 활성화 사업 추진실태 현황'에 따르면 재래시장상인들 중 79.5%가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줄었다고 응답한 반면 '늘었다'고 대답한 상인은 12.8%에 불과했다.
 이런 사정은 양산도 다를 바 없다. 추석 대목장을 보러 온 소비자들로 한창 붐비어야할 재래시장이 추석을 일주일도 채 남겨놓지 않은 22일에도 한산하기 이를 데 없다. 이날 남부시장에서 만난 상인연합회의 임원 김아무개씨는 "이런 현상은 양산뿐만 아니다. 아무래도 국가 전체가 극심한 불경기에 시달리고 있어 그 여파가 양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며 "단시일에는 경기가 회복될 것 같지 않은 것이 더 큰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이 시장에서 과일점을 열고 있는 엄아무개씨는 "실제로 경기가 얼어붙어 있지만, 모두들 불경기라고 하니까 심리적으로 위축돼 일부 돈을 가진 사람들도 통 주머니를 열려고 하지 않고 있다"며 "언론이 불경기를 너무 확대해 보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재래시장 상인들은 "이 불경기에 인근에 대형할인점까지 들어서 이러다가는 재래시장이 아예 폐쇄한다는 말까지 나올 판"이라고 하소연하고 있지만, 같은 날 들러본 O마트도 썰렁하기는 매 한가지였다.
 이날 오후에 들러본 북부시장과 웅상읍 덕계상설시장도 대목다운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해거름이 지면서 저녁 찬거리를 보러 온 주부들로 다소 활기를 띄는 듯해도 아직 제수용품점은 찾는 이가 뜸하다.
 제수용 과일을 팔고 있던 한 노점상 할머니는 "하루 종일 있어도 값만 물어보고 그냥 가는 사람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수용 어물전도 찾는 이 없이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그래도 추석이 아직 며칠 남았으니 단대목이 되면 다소 매기가 살아나리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고 있는 상인들에게 이번 한가위 보름달이 얼마만큼 위안이 될까?
 "추석대목이라 캤소? 아이구, 그건 인자 먼 옛날 이바구인기라"라며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 올리는 초로의 야채상인 어깨 위로 어둠살이 내려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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