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 개천절을 하루 노는 날쯤으로 여기고 있는 이들이 적잖은 것으로 보이나 개천절은 그 의미나 정신으로 볼 때, 가히 우리 민족 최고의 명절이며 최대의 경축일이라 할만하다. 더욱이 변화와 개혁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2004년 오늘의 우리가 맞는 개천절의 의미는 한결 각별하다 하겠다.
개천절은 두루 아는 바와 같이 서력기원 전 2333년(戊辰年), 즉 지금으로부터 4337년 전인 단군기원 원년 음력 10월 3일에 국조단군이 최초의 민족국가인 단군조선을 건국하였음을 기리는 뜻으로 제정되었다.
그러나 개천절은 '개천(開天)'의 본래의 뜻을 엄밀히 따질 때 단군조선의 건국일을 뜻한다기보다 이보다 124년을 소급하여 천신(天神)인 환인의 뜻을 받아 환웅이 처음으로 하늘을 열고 백두산 신단수 아래에 내려와 신시(神市)를 열어 홍익인간(弘益人間), 이화세계(理化世界)의 대업을 시작한 날인 상원 갑자년(上元甲子年:서기전 2457년) 음력 10월 3일을 뜻한다고 보는 것이 보편적인 관점이다.
따라서 개천절은 민족국가의 건국을 경축하는 국가적 경축일인 동시에 문화민족으로서의 새로운 탄생을 경축하며 하늘에 감사하는 우리민족 고유의 전통적 명절이라 할 수 있다. 민족의 전통적 명절을 기리는 행사는 먼 옛날부터 제천행사를 통하여 거행되었으니, 고구려의 동맹, 부여의 영고, 예맥의 무천 등의 행사는 물론이려니와 마니산의 제천단(祭天壇), 구월산의 삼성사(三聖祠), 평양의 숭령전(崇靈殿) 등에서 각각 행하여진 제천행사에서 그 사례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우리민족은 한 해 농사를 추수하여 햇곡식으로 제상을 차려 경건한 마음으로 제천행사를 행하게 되는 10월을 상달(上月)이라 불러 귀하게 여겼고, 3일의 3의 숫자를 길수(吉數)로 여겨왔다는 사실에서 개천절이 갖는 의미를 보다 분명히 알 수 있다. 이 날을 개천절이라 이름 짓고 경축하기 시작한 것은 대종교에서 비롯한다. 즉, 1900년 1월 15일 서울에서 나철(羅喆:弘巖大宗師)을 중심으로 대종교가 중광(重光:다시 敎門을 엶)되면서 마침내 개천절을 경축일로 제정하고 매년 행사를 거행하였다. 그리하여 일제강점기에는 개천절 행사가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으며, 특히 상해임시정부는 개천절을 국경일로 정하여 경하식을 행하였고, 충칭(重慶) 등지에서도 대종교와 합동으로 경축행사를 거행하였다. 광복 후 대한민국에서는 이를 계승하여 개천절을 국경일로 정식 제정하고, 그때까지 경축식전에서 부르던 대종교의 <개천가>를 현행의 <개천절 노래>로 바꾸어 부르게 되었다.
개천절은 원래 음력 10월 3일이므로 대한민국 수립 후까지도 음력으로 지켜왔는데, 1949년에 문교부가 위촉한 <개천절 음ㆍ양력 환용(換用) 심의회>의 심의결과 음ㆍ양력 환산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와 '10월 3일'이라는 기록이 소중하다는 의견에 따라, 1949년 10월 1일에 공포된〈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의거, 음력 10월 3일을 양력 10월 3일로 바꾸어 거행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대종교에서 행하던 경하식은 국가적 행사에 맞추어 양력 10월 3일에 거행하고, 제천의식의 경우만 전통적인 선례에 따라 음력 10월 3일 상오 6시에 행하고 있다.
이날은 정부를 비롯하여 일반 관공서 및 공공단체에서 거행되는 경하식과 달리, 실제로 여러 단군숭모단체들이 주체가 되어 마니산의 제천단, 태백산의 단군전, 그리고 사직단(社稷壇)의 백악전 등에서 경건한 제천의식을 올리고 있다.
이렇듯 뜻 깊은 개천절을 2004년 오늘에 맞는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깊은 뜻을 새겨 맞아야 할 것이니 때는 바야흐로 남ㆍ북화해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고 우리 겨레가 동북아시대의 주역으로 떨쳐 일어서려는 때이다.
지금 비록 정치적 갈등과 분열로 나라 안이 온통 시끄럽기는 하여도 2002년 유월을 뜨겁게 달구었던 월드컵의 함성으로 지역감정, 세대차이, 계층간의 분열과 대립이 없는 하나된 목소리를 낸바 있듯이 이런 저력으로 마침내 분열과 대립을 씻어내고 냉소와 이기주의를 넘어 대통합과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만들어 낸다면 2004년의 개천절은 우리 칠천만 민족에게 있어 실로 새로운 개천(開天)이 될 것이니, 삼가 옷깃을 여미고 깨끗한 몸과 경건한 마음으로 오늘의 개천절을 맞이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