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문화의 텃밭을 일구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여기서 대대로 뿌리를 내리고 살아 온 토박이들이 있는가 하면, 태어난 곳이 이곳은 아니지만 양산에 삶의 둥지를 틀고 양산사랑을 불태우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비록 태어난 곳도 사는 곳도 이곳은 아니지만 이런저런 사연으로 양산과 질긴 인연을 맺고 양산사람이나 다름없이 양산문화를 꽃피우는 일에 이바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립예술단 산하 시립관악단의 단무장, 이종훈씨가 바로 그중의 한 사람이다.
그가 양산과 인연 줄을 맺은 곡절부터 들어보자.
"그러고 보니 양산과 인연을 맺은 지도 어느새 9년이 넘었나 봅니다. 지금 우리 관악단의 지휘자이신 박우진 선생님이 재직하고 있는 보광고에서 관악단을 만들게 되어 박 선생님이 저를 부른 것이 계기가 되었지요. 그때부터 줄곧 보광고 관악단을 지도하면서 나중에 박우진 선생님이 '양산윈드오케스트라'를 창단할 때도 박 선생님을 도와 윈드오케스트라 창단에 한몫할 수 있는 영광을 얻게 되었고요. 그런 인연으로 자연스레 시립관악단의 단무장까지 맡게 되었으니 이만하면 양산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인 셈이죠."
그럼 그가 보는 양산의 인상은 어떨까?
"부산과 같은 대도시와는 달리 양산은 인정이 많은 고장이라는 것이 양산의 첫 인상이었습니다. 박우진 선생님도 대단한 '의리파'이지만 박 선생님을 통해 알게 돼 같이 음악활동을 한 대부분의 양산사람들이 인정과 의리가 있는 분들이어서 쉽게 친해지고 가까이 하기가 매우 편했습니다. 시 전체 분위기는 시골도 아니고 지나치게 도시적이지도 않은데, 이런 분위가 참 좋다는 느낌입니다. 바로 이런 공간이 새로운 문화가 움틀 수 있는 여백이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지요. 인근에서 이주해 온 시민들도 이 여백의 공간에 자신들의 삶을 그려나가면서 양산에 대한 애향심을 키워가고 자녀들에게 새로운 전통의 밑그림을 마련해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인연이란 말이 나왔으니, 그가 음악과 인연을 맺게 된 사연도 들어보자.
"중3때였습니다. 관악을 하고 있던 선배의 권유로 악기를 접하게 되었는데 그때는 음악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나 선배들이 너무나 멋있게 보였죠. 그러다가 고등학교도 부산에서는 가장 유명한 관악부가 있는 동의공고를 택하게 되었고 대학도 부산대 예술대와 영남대 교육대학원(음악교육)을 거쳤습니다. 처음은 우연찮게 시작했지만 점차 음악에 대한 재미에 빠져들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의 전공은 튜바(Tubaㆍ사진). 튜바는 금관악기 중에서 가장 크고 낮은음을 내는 금관악기로 벨(나팔)이 위쪽으로 나 있으며 무겁고 육중한 느낌을 주는데 적합하여 관현악에서도 중요한 지위를 확보해 가고 있다.
저음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되는 튜바는 취주악의 필수악기이지만 요즈음은 이 악기를 위한 독주곡도 많이 작곡되고 있고 주자들의 테크닉도 날로 향상되고 있어 점차 솔로개념으로 발전해 가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튜바주자 이종훈의 음악세계도 언제나 뿌리를 중요시 한다. 음악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멜로디를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그는 항상 음정을 먼저 생각한다.
그런 그에게 음악은 무엇인가?
"없어도 될 듯하지만 꼭 있어야 되는 것,"
실로 명쾌한 대답이다.
"연주에 있어서 주자의 생각의 관점이나 감정의 표현을 얼마나 담아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감정의 전달이 없는 연주는 죽은 연주나 마찬가지죠. 악기는 껍데기에 지나지 않아요. 음악의 참된 기능은 듣는 이들의 심성을 곧고 깨끗하게 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양산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음악작업들이 양산시민에게 많은 문화적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곳에서의 활동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윈드오케스트라의 수석단원(콘트라베이스)인 부인 김덕경씨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었다.
일곱 살인 재석은 아직은 별로 음악을 할 뜻이 있어 보이지 않지만, 초등학교 4학년인 딸 수진이 바이올린을 공부하고 있어 음악으로 가족사랑을 엮어가는 음악가정을 이루고 있는 것 같아 부럽다.
영남대, 동의대, 동아대, 고신대, 인제대에 출강을 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양산시립관악단단무장으로서의 역할에 들이는 공력이 여간 아니다. 관악단의 총체적인 음악지도를 하는 지휘자를 보좌해 단원들의 연습지원과 악기와 악보를 챙기는 일 등 관악단의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것이 단무장의 책임. 그러면서도 튜바주자로서의 역할도 함께 수행해야 하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이다.
그래도 그는 이 신흥도시 양산에서 음악활동을 할 수 있는 것에 크게 감사하며 자신의 일에 나름대로 사명감을 부여하고 있다. 관악이 양산을 대표하는 음악장르가 되기를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