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축제의 계절이다.
지역의 대표적인 축제들이 대부분 10월에 몰려 축제의 홍수를 이루고 있다.
문화 관광부에 따르면 9월과 10월 두 달 동안 열리는 크고 작은 축제는 줄잡아 500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하루 평균 17개의 축제가 전국에서 열리고 있는 셈이다.
우리 지역 양산도 지난 2일과 3일 양일간 '화합과 번영'을 주제로 '제18회 삽량문화제'를 종합운동장과 양산시 일원에서 열었다.
양산을 대표하는 지역문화제로서 삽량문화제를 그동안 이끌어온 지역 문화인들의 숨은 노력과 이번 18회 삽량문화제 제전위원회의 노고에 양산 시민들과 함께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이번 삽량문화제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서 몇 가지 짚어 보고자 한다.
첫째, 축제는 분명한 테마가 있어야 한다.
부산의 국제영화제나 풍기인삼축제, 진주남강유등축제, 광주김치대축제, 양양송이축제, 부산자갈치문화관광축제, 충주세계무술축제, 부천국제만화축제, 상주자전거축제, 삿포로눈축제, 브라질의 삼바축제, 프랑스 아비뇽 연극축제, 뮌헨의 맥주축제 등 국내외적으로 잘 알려진 축제들은 테마를 가지고 있으며 그 주제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축제의 분명한 색깔이 드러나고 있다.
지역특색이나 차별성이 없는 비슷한 소재의 프로그램으로는 다른 자치단체와 경쟁할 수 없을뿐더러 먹고 마시는 일회성 행사로 전락해 예산과 행정력 낭비라는 비난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삽량문화제가 충렬공 관설당 박제상공의 충효정신을 기린다는 삽량문화제의 취지에 얼마나 충실했나는 한번쯤 되짚어 일이다.
둘째, 지역축제는 주민화합과 관광객유치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한다.
주민 화합이라는 측면에서 접근성이 불리한 웅상지역과 원동지역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웅상과 원동지역의 시내버스 배차간격을 늘인다던지, 전세 버스나 기업체의 통근버스를 이용해 원거리 주민들의 참여를 용이하게 해, 누구나 축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세심함이 아쉽다 하겠다.
삽량문화제는 양산의 이미지 제고와 관광수입 증대에 활용할 가치가 충분하다.
양산은 통도사, 내원사계곡, 천성산, 배내골 등 무한한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다. 종합운동장 일원에 '집중적형'행사로 진행하기 보다는 관내의 관광자원을 이용한 다양한 장소에서 '지역분산형' 축제로 전환하는 것이 양산을 잠재적 관광목적지로 인식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본다.
삽량문화제가 외래 관광객을 축제로 유인하기 위한 각종 수용태세를 갖추기 전에는 지역 경제에 기여할 부분이 미약할 뿐만 아니라 행사장내 먹거리 상인들의 배만 불리게 될 것이다.
셋째, 체육행사와 문화제는 분리돼야한다.
삽량문화제와 시민체육대회를 동시에 개최함으로써 주제의 전달효과가 약해지고 행사의 집중력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두 행사의 동시개최는 전체 행사를 산만하게 만든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
'문화제는 문화제답게' 체육행사는 '체육행사만의 고유한 영역'을 가지는 것이 참여하는 시민에게 깊이 있는 참여를 유도하게 할 수 있고 행사를 기획하는 사람들에게는 차별화 된 프로그램을 요청할 수 있다 하겠다.
다행히 내년부터는 문화제와 체육행사를 분리 개최한다니 잘 선택한 일이라 하겠다.
넷째, 삽량문화제는 문화예술인들에게 맡겨라
문화제와 관련한 다양한 장르와 시민정서를 고려해 기획 단계부터 비전문가인 공무원 보다는 전문성을 갖춘 그 분야의 민간 문화예술인들을 참여시켜 지역문화제의 활성화를 위한 성공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삽량문화제는 편성부터가 백화점식 나열방식과 기획사식의 이벤트로 진행돼 지역고유의 이미지는 실종되고 인근 지역의 축제와 별 차별성도 없는 우리들만의 잔치로 끝나고 말았다.
이제는 양산만의 축제를 개발해야 한다.
청도하면 소싸움 축제가 생각나고, 안동하면 탈 축제가 생각난다. 이러한 축제들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지역의 이미지 제고에 대단한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문화상품화 되지 못하는 축제는 축제의 홍수 속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양산만의 독특한 특색을 가진 문화축제의 개발이야 말로 미래의 문화도시 양산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