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8일. 가을 소풍으로 학교 뒤 통도사가 있는 영축산(靈鷲山) 등반을 했다. 가을소풍으로 영축산을 오르는 것은 십수 년 째 계속해온 연례행사다. 아무리 그래도 영축산은 그냥 소풍으로 오르기에는 높은 해발 1,000미터가 넘는 고산이다. 소풍 가려고 집을 나서는 걸음이 가볍지 못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등반을 겸해서 자연보호를 한다고 했다. 비가 올 듯 말 듯 날씨까지 흐리다.
등반을 하면서 자연보호를 위해 쓰레기 되가져오기는 물론 등산로와 산정에 있는 쓰레기를 수거해 오기로 했다. 그래서 정상까지 올라갈 조와 중간까지 올라갈 조, 그리고 건강 문제로 산을 올라갈 수 없는 조로 나누어 짜서 조별로 자연보호를 하기로 했다.
몇 번이나 '포기'라는 말을 떠올려봤지만 땀 철철 흘리면서도 잘 올라가는 친구들 모습과 길가 여기저기 보이는 가을꽃들의 맑은 미소가 주저앉으려는 나를 일으켜 세웠다. 마침내 정상.
타는 목마름을 겪은 사람이라야 진정한 물맛을 안다고 했던가. 정상에 서서 흩날리는 구름을 맞으며 길게 뻗어 내려와 또 뻗어나간 산맥을 바라보며 참고 견디어 마침내 정상에 오른 이 기쁨처럼 고등학교 남은 2년 남짓 최선을 다하다보면 성취의 달디 단 열매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속 깊이 느꼈다.
등산길 내내 우리 조가 선두에 서지 못한 탓인지 아무리 둘러봐도 쓰레기는 보이지 않았다. 사실 얼마 올라가지 않아서부터는 조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힘쓰다보니 멀리까지 살펴볼 겨를도 없었지만, 가끔 숨을 돌리느라 쉬는 곳 주변을 둘러봐도 버려진 쓰레기가 없었다.
정상 부근에도 버려진 쓰레기는 별로 없었다. 선두로 올라온 다른 조 역시 쓰레기는 거의 보지 못했다고 했다. 요즘 자연보호에 철저해진 사람들의 높은 의식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래도 정상 부근 구석진 곳들을 뒤지니 바위틈에서 오래 묵은 쓰레기들이 나왔다. 퇴색한 과자 봉지 중에는 지금 1000원짜리인 것이 200원짜리로 표시된 것도 있었다. 선생님께서 한 10년 이상 된 것일 거라고 했다. 녹슬어 버린 캔이랑 썩어가는 비닐들, 그래도 모아보니 너덧 자루는 실히 나왔다.
이번 가을소풍은 등산도 하고 자연보호도 하고 성취의 기쁨까지 깨달은 일석 삼조의 소풍이었다.
김민지 / 학생기자 (보광고 1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