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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영산대학교 '한국형 로스쿨' 각광..
사회

영산대학교 '한국형 로스쿨' 각광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4/10/15 00:00 수정 2004.10.15 00:00
'변방의 대학'에서 ‘뜨고 있는 대학’으로 변신 - 교수진 판ㆍ검사 출신, 유명 로펌 소속 변호사

 우리 지역 유일의 4년제 종합대학인 영산대학교가 '한국형 로스쿨(Low School)'을 표방한 법률학부 운영으로 교육부는 물론 대학입시를 앞둔 고교생과 학부모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산대 법률학부의 로스쿨은 '한국형 로스쿨'1호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영산대 법률학부는 이제 겨우 두 번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영산대는 1997년, 법률학부는 1999년 각각 문을 열었다.
 영산대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수도권 대학도 아니고, 그렇다고 캠퍼스가 자리한 부산ㆍ경남지역에서도 그다지 명성이 높은 대학이라고 할 수 없다.
 캠퍼스는 '부산의 변방'이자 동부 경남권의 외곽인 우리시 웅상읍 주남리(양산캠퍼스)와 부산시역권의 변두리인 해운대구 반송동(부산캠퍼스) 두 곳에 있다.
 
 이처럼 '변방의 대학'인 영산대가 로스쿨 운영으로 바야흐로 뜨고 있는 대학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영산대 법률학부가 전국 대학 최초로 미국 로스쿨 법학교육 방식을 도입한 것은 2002년. 정식 로스쿨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제도개혁이 이뤄져야만 운영할 수 있는 교육체계다.
 영산대 법률학부는 정확하게 말하면, 미국 로스쿨의 장점을 따다 학부과정에 대입시킨 이른바 '로스쿨을 지향하는 교육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영산대가 로스쿨제도를 도입하게 된 것은 대학생들이 법대에서 4년간 법학을 공부해도 간단한 소장(訴狀)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는 현실에서 벗어나, 배운 것을 실무에 접목시킬 수 있도록 '실용교육'을 하겠다는 데서 비롯됐다.
 
 '국내최초'라는 점에서 대학당국도 각별한 성의와 배려를 기울이고 있는 이 학교의 로스쿨 시스템 도입은 우리나라 대학의 법학 교육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했다.
 총장 등 학교 교수들의 “우리 법학은 전문성은커녕 법조인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상식과 윤리도 못 가르치고 있다”는 시각과 “현행 법학교육은 복잡한 법률분쟁을 다룰 수 있는 전문 법조인을 양상하는 데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에 따른 것.
 
 이에 따라 법률교육의 내용과 방법도 독특하게 구성됐다. 다른 대학에서 찾아보기 힘든 '법률상담실무' '법률서식작성' 등의 기초실무 강좌들이 개설되는가 하면, 일반적 법률과목에서의 수업진행도 '모의소송기록'을 활용해 사례ㆍ판례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것이 대학 측의 설명.
 분쟁의 원인에서부터 소송과정을 거쳐 판결에 이르기까지, 분쟁의 시작과 끝을 보여주며 여러 사례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이른바 '법적 사고(legal mind)'를 체득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가상의 소송이나 재판은 물론 올해 헌법재판소가 진행했던 '대통령 탄핵심판'등 실제 사건에 대해서도 모의재판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해왔다.
 
 학생들의 수업을 위해 헌법재판소 등 각 기관으로부터 자료협조를 구하느라 서울과 양산시를 바쁘게 오가는 법률학부장 방승주(42) 교수는 헌법재판소 연구원 출신이다. 방 학부장은 “현재 대부분의 법과대학에서 이뤄지는 교육은 법학자 또는 예비법학자를 위한 교육이지 실무법률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은 아니다”며 “법률가를 양성하는 교육은 의사를 양성하는 교육과 유사한 '전문직업교육의 틀'을 가져야 하며, 이런 점에서 추상적이고 연역적인 '법학교육'보다 실무적이고 임상적인 법률 교육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산대가 학과 명칭을 '법학과'나 '법학부' 또는 '법학전공'이라는 명칭 대신 '법률학부'라는 명칭을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산대 법률학부는 교수진 구성부터 다른 대학과 다르다.
 2000년 1월 윤관 전 대법원장이 명예총장으로 취임했고, 윤 대법원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양삼승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법무 부총장으로 초빙했다. 2001년에는 박용숙 재단 이사장이 아들인 부구욱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총장 자리에 앉혀 대학 운영을 맡겼다.
 이밖에도 이 대학 법률학부 65명의 교수 가운데 52명이 판ㆍ검사 출신 변호사 또는 국내 유명 로펌 소속 변호사들이다.
 
 영산대가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요인 중에는 눈에 띄는 교과 과목도 한몫을 한다.
 동양철학을 대표하는 '논어(論語)'와 서양철학을 대표하는 '사고(思考)의 표현'은 이 대학 학생 모두가 이수해야 하는 교양 필수과목이다. 법률학부 학생들은 여기에다 '맹자(孟子)'까지 들어야 한다.
 법률학과 교과 과정에서 동ㆍ서양 고전을 필수 과목으로 넣은 것 외에도 역사학, 경제학,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의 기초과목들을 전공과목에 포함시켰다.
 
 사법개혁위원회가 로스쿨 법학교육 제도 도입을 논의 중인 가운데 '한국형 로스쿨 1호'로 사법개혁을 향해 한발 앞서가고 있는 영산대의 독특한 교육방식은 이미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공정거래 위원회 주최 '대학생 모의 공정거래위원회 심판 경연대회'에서 2002년, 2003년 2년 연속 우수상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2000년 3월에 개설한 법무대학원에서는 지난 4년간 15명의 사시 합격자를 배출했고 2002년에는 국제법무를 전공한 재학생 1명이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독특한 교육방식으로 변두리 지방대학의 한계를 스스로 극복하고 있는 향토 대학의 가없는 발전과 성장이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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